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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인 첫걸음

낭만시인 첫 걸음 6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8. 5. 16:22

낭만시인 첫 걸음 6

 

■ 현대적 삶의 증언

 

모던타임즈

       최서림

 

왼쪽 눈은 인조백합이 만개해 있다.

오른쪽 눈은 독거미가 진을 치고 있다.

전쟁 같은 평화 속에서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자들,

영감 고리오의 콧날을 가졌다.

노파 일리나의 갈고리 손을 가졌다.

에프 원 경주대회 같은 세상 속에서

생의 브레이크가 파열된지도 모르고,

어디로 굴러떨어지는지도 모르고

굴러가는 자들의 입이 점점

뭉크빛 공포로 벌어지고 있다.

 

- 시집 『가벼워진다는 것』 (현대시학 기획시선 16, 2021)


■ 해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층적으로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유기적 일체성을 상실한 ‘인조백합을 가진 인간’이 있는가 하면, 이기적 인간사회에서 낙오된 발자크 소설에서의 ‘고리오 영감’도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노파 일리나’도 있고, 에프 원 경주대회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현장에 놓인 인물들도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삶의 유기성, 전체성과는 무관한 존재들이다. 분열과 일탈 속에 놓인 존재들이 자신들의 운명과 생존방식에 대해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을 알 수 있다고, 또 조율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 송기한, 불온한 시대, 시의 길, 시인의 길

 

■ 최서림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시집 『가벼워진다는 것』,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등 다수.

 

■ 생각해 보기

 

1. 마침표 찍기.

2. 다른 작품(시, 소설 등)에서 인물 인용하기.

 

* 모던타임즈 :1936년 작 영화(찰리 채플린 주연)

* 『고리오 영감』: 발자크의 장편소설(1834)

* 노파 일리나 :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죄와 벌』에 나오는 전당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