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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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의자 4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4. 5. 16:37

 

의자 4

 

사람은 의자가 되기 위하여 태어났는지 모른다 사람이 사람이라 불려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기꺼이 제 몸을 내어줄 때 일 것이다 의자는 오랜 시간 홀로의 시간을 견디고 자신에게 아무런 고마움을 느끼지 않고 잠시 고단한 발걸음을 멈춘 이들이나 다른 일을 하기 위하여 하인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미련 없이 떠나는 그때까지 묵묵하게 무게를 견딜 뿐이다 세월이 흐르면 의자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허물어 쓰레기가 되어 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마땅히 의자가 되어야 한다 나를 닮은 어떤 일들에 필요한 노역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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