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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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거문고의 노래 2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3. 19. 12:57

 

거문고의 노래 2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울 밖에 서 있겠네

내밀한 그 마음이 궁금하여

키를 세우고 또 세우고

당신이라는 사람이 열하고도 여덟이나 아홉이 되었을 때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려

당신이라는 사람을 안을 수가 없었네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마음에 둥지를 틀겠네

봄이 다 가기 전에 꿈이 사라질까

자고 자고 또 자고

당신이라는 사람이 스물하고도 또 스물을 더했을 때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려

날개 없는 나비가 되었네

 

당신이라는 사람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그 오동나무와

그 누에고치는

속이 텅 비고

바람보다 가는 실이 되어

거문고가 되었네

 

만리 길의 첫 걸음처럼 막막하여 낮게

하르르 허공을 가르며 떨어지는 꽃잎의 한숨처럼

당신이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건네고 싶은 노래는

아직 아무도 부르지 않은 노래

우수수 우우수 오동잎

쌓이는 소리

사각사각 뽕잎을 갉는

빗방울 내리는 소리

 

누구는 산이 울었다 하고

누구는 강이 흘러가다 걸음을 멈추었다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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