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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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사랑의 온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3. 28. 15:08

사랑의 온도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리 뜨거워도

물 한 그릇 데울 수 없는

저 노을 한 점

온 세상을 헤아리며 다가가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

한 자락 바람

그러나 사랑은

겨울의 벌판 같은 세상을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화원으로 만들고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혼자 부르는 이름표를 달아준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신기루이지만

목마름의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두렵지 않게 떠나게 한다

다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그대여

비록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사랑이 사라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 달려오고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것

온혈동물의 신비한 체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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