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가는 길
빠른 길 일부러 놓치고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눈길 한번 주지않고 흘러가는 냇물이 마음을 씻어주고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씻어주고
비탈진 돌길 오르다 언뜻보이는 하늘 한자락 잡아
흐르는 땀을 씻었다
花蛇화사 한 마리가 느긋하게
몸과 마음 사이를 가로질러가자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소름이 돋았다
노고단은 몇 송이 붉은 원추리를 보여주었지만
아랫녘 세상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구름 타고 놀라고
꿈 깨면 아득하게 멀어지라고
빠른 길 걸어왔던 몇몇은 피기도 전에 져버렸는지
화사가 이번엔 마음에서 몸으로 가로질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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