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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나리 종류 화려하게 피어날 천리포 바닷가 숲길로 초대합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7. 3. 15:08

[나무편지]

나리 종류 화려하게 피어날 천리포 바닷가 숲길로 초대합니다.

  ★ 1,187번째 《나무편지》 ★

  황금빛으로 노랗게 피어난 모감주나무 꽃이 피고지는 장마철, 큰 비 내려 시름 깊어진 남녘과 달리 중부의 일부 지역에는 그저 흐린 날씨에 비는 오락가락하는 정도입니다. 모두 평안하신지요. 봄에 피어 장마 드는 즈음까지 참 오래 피어있는 꽃 클레마티스로 오늘의 《나무편지》를 시작합니다. 클레마티스는 우리말로 ‘큰꽃으아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원예종으로 선발한 새 품종이 많아서, ‘큰꽃으아리 종류’라고 해야 할 겁니다. 오래 전, 아마도 대략 십오년 전쯤에 띄운 《나무편지》에서는 큰꽃으아리 종류의 덩굴로 담벼락을 가득 채운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을 만큼 좋아하는 꽃입니다.

  이번 주말까지 이 클레마티스 종류의 꽃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천리포 바닷가의 수목원 숲을 함께 걸어보실까요. 지난 주에 한창이던 ‘노루오줌원’의 파스텔 톤 꽃송이들은 이 장맛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요 작은연못 앞의 여름에 피는 목련 종류의 꽃들은 여전하겠지요. 고작 한 주일 지났지만, 장맛비 오가는 즈음이어서 궁금증은 더 커집니다. 이번 주말인 7월 8일(토요일)에는 천리포수목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프로그램 참가 예약을 하실 수 있습니다. 햇살 뜨거운 2시부터 두시간 쯤 실내에서 나무 이야기를 나눈 뒤에 함께 천천히 수목원 숲을 산책하며 여름 맞이 꽃들을 만나보기로 해요.

   https://bit.ly/3prYtIX <== 천리포수목원 프로그램 참가 예약하기

  이번 주말에는 아마도 나리 종류의 꽃들이 만발할 겁니다. 벌써부터 피었던 원추리 꽃은 시들어 떨어지겠지만, 종류가 참 다양한 나리 꽃들은 온갖가지 색깔로 피어날 겁니다. 물론 원추리 종류 가운데에도 나리 꽃과 함께 여름 내내 피어나는 꽃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나리 꽃의 화려함에는 못미치지 싶습니다. 나리 꽃 중에 어떤 종류는 어린 아이 머리 만큼 커다랗게 피어 조금은 징그럽게 느껴지는 꽃송이에서부터 규칙적으로 돋아난 이파리 위쪽에서 꽃잎을 완전히 뒤로 젖히고 환하게 깔깔거리며 피어난 꽃에 이르기까지 크기도 생김새도 제가끔입니다. 빛깔도 그렇습니다. 흰 색에서부터 짙은 붉은 빛까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꽃들이 장마 지나면서 다가올 이 여름 무더위를 즐길 겁니다.

  백합과에 속하는 나리는 원추리의 꽃과 매우 닮았습니다. 원추리와 나리를 구별하려면 꽃이 아니라, 꽃 송이 아래 쪽의 잎을 보는 게 빠릅니다. 원추리의 잎은 뿌리 부분에서 여러 장의 기다란 잎이 모여서 돋아나고 나리 종류는 하나의 길쭉한 줄기가 솟아오르고 그 줄기 곁에 잎이 촘촘하게 규칙적으로 달리기 때문에 한눈에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나리 종류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 사진에서 보시는 종류는 이미 꽃을 피었지만, 대개는 원추리 꽃이 지는 때부터 피어나곤 합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약 70 종의 나리 종류의 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이 가운데 몇 종류나 피어날지도 궁금합니다.

  수국 종류의 꽃은 이미 활짝 피었지만,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초여름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수국 종류의 꽃은 여름 내내 싱그러운 모습으로 피어있을 겁니다. 수국도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여름이면 언제나 천리포수목원 숲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수국 종류가 첫손에 꼽힙니다. 굳이 천리포 숲이 아니라 해도 이 즈음의 숲길에서는 하릴없이 수국의 유혹을 벗어나는 게 불가능할 겁니다. 한번 피어나서 거의 백일 넘는 동안 꽃차례를 유지하는 꽃으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틀어 아마 수국이 대표적이지 싶습니다.

  사람들은 수국의 원예 품종을 다양하게 선발했습니다. 원종이 어떤 형태였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초록의 여름 숲에서 원색의 꽃차례를 오래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수국만큼 알맞춤한 나무도 없을 겁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꽃가루받이를 위해 피어났다가 목적을 이룬 뒤에는 꽃이 지는 게 당연한 이치이거늘 수국은 여름 내내 꽃이 지지 않습니다. 수국의 꽃차례는 원래부터 꽃이었던 게 아니거든요. 수국의 꽃은 꽃잎도 없이 작게 피어나는데, 그 자디잔 꽃을 둘러싼 잎사귀들이 매개곤충의 눈에 자신의 꽃을 보이게 하려고 꽃잎처럼 바뀐 것이거든요. 헛꽃 혹은 가짜꽃인 겁니다. 그런 까닭에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도 꼭 시들어 떨어질 필요가 없었던 거죠.

  어쨌든 꽃은 매개동물의 눈에 띄어야 합니다. 이 계절처럼 초록의 잎이 무성한 계절일수록 꽃은 더 크고 화려해야 피어나야 무성한 잎을 뚫고 벌 나비의 눈에 들겠지요. 여름 꽃이 여느 계절의 꽃보다 크고 화려한 까닭입니다. 와중에 여느 여름꽃과 달리 자디잘게 피어난 꽃이 있습니다. 낙상홍 종류의 꽃입니다. 낙상홍 종류는 잎 지고 하얀 눈 내리는 겨울에 맺는 새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대표적인 겨울나무로 손꼽을 수밖에 없는 나무입니다. 그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낙상홍 종류도 지금 꽃을 피웠습니다. 자디잔 하얀 꽃송이들이 “나도 꽃”이라고 아우성 치는 듯 숲 가장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낙상홍 꽃이 작다고 해도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아마도 누군가는 여느 크고 화려한 꽃보다 먼저 낙상홍 꽃을 바라보고 날아올 겁니다. 그게 나무와 더불어 사는 곤충, 동물들이 이 땅에서 수억 년 동안 살아온 방식입니다.

  장마철이라 기상예보도 오락가락하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번 주 토요일 오후 천리포수목원은 맑을 예정입니다. 함께 천리포 바닷가의 아름다운 숲을 함께 걷기로 해요.

  고맙습니다.

- 2023년 7월 3일 아침에 1,187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