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안부 (2021.12)

새우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6. 9. 14:06

새우잠

 

 

잠 자리는 반듯이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팔다리를 가지런히 해야 하는데 온몸을 둥글게 말아야 잠드는 습관이 오래 되었다

바람이 들어 한기가 가득한 방에서 추위가 뭔지 잊어버리고 추워라는 말도 잊어버린 어머니는 몇 해 겨울을 그리 보내시었다

그 방 그 얇은 이불을 버리지 못하고 어머니 뱃속에서 그리하였듯 다리에 얼굴을 묻고 물속을 유영하는 새우잠이 이 세상의 모든 그리움의 상형象形임을 위안 삼는 밤

 

멀리 있는 그 누군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할 듯하여 이 밤 나는 달팽이의 집 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안부 (202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금  (0) 2023.06.22
  (0) 2023.06.15
바람이 되어  (0) 2023.06.02
화풀이  (0) 2023.05.22
당신이라는 말  (0)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