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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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2021.12)

바람이 되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6. 2. 15:46

바람이 되어

 

하루에 두 번 어딘지 모르지만 올라가고 내려가는 기차가 서는 간이역에 서 있었던 듯 합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저 멀리서 밀물이 되어 다가와서는 순식간에 긴 꼬리를 남기며 사라지는 개펄위로 펼쳐지는 장엄한 용오름 같은 것 허물을 벗고 또 벗을 때마다 길어지는 탐욕의 손과 신기루를 바라보는 눈이 지워지고 맹목의 시간에 몸을 부딪칠 때마다 포말이 되어 가벼워지는 내가 바람임을 알았습니다 다시는 태어난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바람은 거듭 허물을 벗어야 하는 속죄와 환생을 꿈꾼 벌의 자화상 끝내 홀로 남을 수밖에 없는 기차처럼 무작정 당신이라는 종착역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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