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
길 없음의 표지판을 믿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야 비로소 태어나는 말이 있다 눈 먼 더듬이가 짚어내는 모르는 단어는 가슴 어딘가에서 피어나는 꽃의 눈빛을 닮았으나 그저 입 안에서 맴도는 길들여지지 않은 바람의 영혼이다
길의 끝에서 우리는 강을 만나고 절벽을 만나고 사막을 만나기도 하지만 오늘 밤 태어나는 단어는 무엇이 될지 모르는 한 톨의 씨앗
하늘에 던지면 샛별이 되고 강에 던지면 먼 바다를 돌아 회귀하는 물고기가 되고 사막에 감추면 슬픈 낙타가 될지도 몰라 아직 여백이 남은 가슴의 편지지에 서툴게 감춰두고 마는 길 없음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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