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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지역문화의 현황과 과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1. 4. 16:40

지역문화의 현황과 과제

 

나호열 도봉학 연구소장

 

 

. 지역문화의 개괄

 

지역문화의 개념은 사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지역에 대한 정의와 어떤 문화의 정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이후 10여 년간 문화를 둘러싼 중앙지방의 이분법적 지형은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행정구역 단위의 지역이라는 통합된 개념으로 일원화 되어가고 있고, 예술이 문화의 중심이라는 인식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어 민간자율기구로 탈바꿈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화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병행하여 그동안 지역문화진흥법을 위시로 하는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국가 단위의 여러 법들이 촘촘하게 제정되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지역문화진흥원(생활문화진흥원의 명칭 변경, 2017)등과 같은 실행 기관들도 정비되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정부의 문화 인프라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지역문화의 거점인 시군구 단위의 복합 공연장이 건설되었으며, 이와 동시에 경기문화재단(1997)을 필두로 부천문화재단(2001), 서울 문화재단 (2004), 전주문화재단 (2006) 등의 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이와 같은 문화에 관련된 외형적 발전은 다른 한 편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노정하게 되기도 하였다. 법제 간의 중복 또는 충돌, 과도한 예산 낭비, 문화를 추동하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의 모호성과 효용성 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을 야기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여러 문제 중의 하나는 문화원의 전통성과 활로에 관한 것이다. 1962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방문화원진흥법을 모태로 전국의 시· · 구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최대의 문화 관련 단체이다. 해방 이후의 참담한 삶을 위무하기 위한 지역 예술인의 위상을 높이고 35년간의 식민지, 그리고 6.25전쟁으로 매몰된 유, 무형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하며 지역주민들의 향토애를 진작시키는데 기여해 온 단체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통적 문화원의 역할과 기능은 지역 대중들의 문화에 대한 세대 간의 다양한 인식의 분화와 노마드nomade로 통칭되는 유목遊牧- 빈번한 이주移住로 정주의식定住意識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향토사에 치중했던 사업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워졌고, 각종 문화센터나 문화재단과 같은 기구의 출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

 

 

. 문화의 생산과 환원

 

범박하게 문화를 정의하자면 첫 번째 시공간에 새겨지는 삶의 축적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생활 의식의 결과물로서 지역 내에 산재한 유물과 유적의 발굴과 보전을 통해서 그러한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화의 정의는 오늘의 삶을 보다 가치 있는 삶으로 변화해가고자 하는 능동적 의지를 내포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문화 관련 시설의 확충과 다양한 유관 기관의 설립으로 일반 대중들의 문화 향수 기회가 증대되고 각 지역의 외형적 평준화를 어느 정도 이루어 냈음은 틀림이 없다. 한 예로 각 지방 정부는 자신들의 치적과 지자체 재정의 확충을 위해 지역을 알리는 축제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역사적 자산이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생활의 만족감을 충족시키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봉구를 아우르는 지역은 어떠한가? 냉정하게 말해서 도봉지역이 수려한 풍광을 지닌 북한산국립공원을 포함하고 있다거나, 정인보. 송진우, 김병로와 같은 독립투사나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김수영 시인이 살던 곳이라는 이유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활의 만족감이나 자긍심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일반화의 위험을 감수하고 말한다면 아마도 이 지역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생활 환경의 용이함에 따라 이곳에 살고 있을 따름이지 수려한 풍광이나 지역의 역사적 의의를 인식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도시화는 생활의 표준화를 강요한다. 필자 또한 이 지역에 반 세기 이상 살고 있지만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수백 번 오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한 지역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변별성은 보편적인 가치 있는 삶의 고양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유한 지역문화 유산을 알리고, 주민들에게 교육하는 통로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이른바 문화콘텐츠나 지역학의 화두는 기존의 문화유산을 새로운 가치로 재창출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공유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문화원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향토 자료와 이릋 바앝으로 한 축적된 연구를 통해서 지역문화의 거점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문화의 생산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자산을 문화콘텐츠로 만들어내고 이를 자연스럽게 생활의 의식儀式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봉문화원이 추진하는 도봉 옛길 발굴과 활성화 사업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도봉 옛길콘텐츠는 지역문화의 통로를 점에서 선으로 확장시키고. 구청과 같은 유관 기관, 더 나아가서 타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속성을 담보로 하는 콘텐츠이다. 도봉 옛길은 한양 도성에서 두만강가에 이르는 경흥대로의 서울 구간으로, 우이천 쌍문동에서 의정부 경계의 다락원까지 6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봉구 관내의 옛길을 말한다. 이 도봉 옛길은 현재의 도봉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오랫동안 많은 선대 사람들이 걸어왔던 길이다. 조선시대의 함흥차사, 도봉산을 유람하는 선비, 상업활동을 위해 한양으로 향하는 사상(私商)과 보부상(褓負商)까지 저마다의 목적을 지니고 도봉 옛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길은 현재까지도 지역민의 삶이 펼쳐지는 무대로서 다채로운 지역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무궁하다고 볼 수 있다. 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날 역사적 인물과 사건과 결부된 시례를 들어보겠다.

 

곰곰히 살펴보면 길에 의미를 부여한 도로는 많다. 예전에 동대문에서 청량리 시조사에 이르는 길이 왜 왕산로(旺山)’인지에 대해 한 학급의 대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아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왕산은 의병장 허위許蔿( 1855 1908) 의 호로 정미의병丁未義兵 (1907)13도 창의군을 이끌고 양주에서 한양으로 진입을 시도하여 일본군과 대치하던 곳이 동대문 부근이라 하여 왕산로의 도로명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 인물의 생애나 사건에 의미를 부여한 도로명은 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 이와 달리 도봉 옛길은 시간적으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며, 그 흔적을 복원할 수 있는, 보다 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서 옛길 구간에 예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거점을 구축할 수 있고, 이 선(옛길)들을 따라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주민들에게도 조선 6대로 중 2대로인 경흥대로(慶興大路)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경흥대로(慶興大路)는 경기도 포천시 시내 간선도로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도봉문화원 도봉학연구소는 지역학 연구의 일환으로 도봉 옛길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지역문화는 지역과 관련 없는 어떤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역사회의 관심, 문화적 역량,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상황에 의해 조명받지 못했던 타 지역과 변별되는 지역적 특성을 재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소멸이 이야기되고 있는 오늘날 지역문화기관들의 역할은 보다 개별화, 세분화되고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 축적되어 온 문화 자산을 아카이빙 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추어진 도봉문화원이 수행하여야 할 목표가 도봉 옛길의 복원과 활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도봉문화원은 축적된 향토 자료를 바탕으로 도봉문화 중심리더라는 기치 아래 지역문화의 방향을 두 가지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우선 과거에서부터 미래에 이르는 시간축이다. 지역문화가 어느 한 순간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 축적되어 온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지역에서부터 광역에 이르는 공간축이다. 단순히 지역문화가 제한된 행정권역의 변별성을 창출, 소비되던 시대는 지났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가장 지역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각 지방의 전통음식이나 명인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관람자와 아무런 공간적 유대를 가지지 못할지라도 꾸준히 각광 받고 소비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지역문화는 지역에서 태어나 광역을 향해 바라보고 나아가야 한다.

 

 

 

 

이 두 가지 축을 교차해보면 각 사분면에 따라 오늘날 지역문화의 역할과 향방을 이해할 수 있다. 지역에 내려오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은 과거부터 지역문화의 본질처럼 여겨지던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보존과 계승을 넘어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공유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역에서 생산되는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가 거시적으로 한국 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광역적 시야를 견지해야 한다. 각 지역의 문화가 독자적인 개성을 가지고 활성화될 때 비로소 한국 문화는 다채로움을 경쟁력으로 갖춘 온전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지역문화의 생산은 지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빠르게 표준화되고, 획일화되는 현대 생활양식의 범람 속에서도 보편성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개별성을 찾아내는 것이 지역문화의 화두이며 핵심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역문화가 활발히 생산되기 위해서는 이와 병행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소비되어야 한다. 지역문화는 지역에서 먼저 소비되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지역의 맛집, 노포, 자연경관, 문화유산 등 어떤 형태의 문화자원이든 지역민이 먼저 향유 해야 하며, 단순한 향유를 넘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문화콘텐츠의 리모델링과 개선이 이루어져 한다. 궁극적으로는 생산과 소비의 쌍방향의 교류와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고 프로슈머(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인)의 활성화가 지역문화의 원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학은 문화원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과제이며 목표이다. 지역학은 다양한 학제간의 교류와 협력, 상호간의 응용이 필수적이다. 역사학, 민속학, 문학, 인류학, 문화콘텐츠학, 생태, 지리 등 지역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선을 가진 학문이라면 모두 지역학에 포섭될 수 있으며, 그렇게 생산된 지역학의 연구 성과는 지역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공유된다. 이런 공유를 거쳐 대중화된 연구 성과는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고, 지역의 인물, 문화유산, 서사 등 지역민들이 그것에 대해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지게 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지역에서 공유되는 문화는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는 콘텐츠로 가공하기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둘씩 지역문화를 원형으로 하는 콘텐츠가 생산, 소비되기 시작하면 차츰차츰 지역은 변화하게 될 것이며 그리고 그렇게 변화한 생활 양상은 다시 지역학의 연구 과제로 상정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지역학의 순환구조를 도봉구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도봉문화원에서 10년 넘게 개최해 오고 있는 도봉한글잔치를 예로 들 수 있다. ‘도봉한글잔치2012, 도봉구의 역사 인물인 정의공주를 소재로 탄생한 지역축제다. 세종대왕의 둘째 딸인 정의공주가 한글 창제에 도움을 주었다는죽산안씨 대동보의 기록에 따라 한글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소개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한글 축제인 도봉한글잔치를 통해 정의공주는 도봉구의 대표적 역사 인물이 되었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도봉한글잔치가 열리는 방학동 원당샘 공원에는 해가 갈수록 참여하는 지역주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축제 속에서 다양한 지역문화를 향유하는 경험을 통해 정의공주와 한글이 도봉구민 자긍심과 소속감의 원천이 돠고 있다는 징표로 받아들일만 하다.

 

다음으로는 도봉옛길 문화제를 예로 들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 공모사업으로 탄생한 이 축제는 앞서 언급한 도봉 옛길을 주제로 하고 있다. 도봉 옛길이 폐로(閉路)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오가는 지역의 일상 무대라는 점을 살려 지역민의 일상이 곧 문화적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역예술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도봉옛길 예술상단은 축제의 주축으로서 다양한 공연예술콘텐츠를 제공한다. 더불어 우리 동네를 다시 보게 하는 사진전이나, 도봉 옛길의 역사 인물과 문화공간을 표현한 굿즈, 도봉 옛길을 재미있게 표현한 영상콘텐츠 등은 지역민이 즐거움 속에서 지역문화를 다시금 인식하게 하는 장치들이다.

 

이와 같은 축제 외에도 도봉구에서 생산된 지역문화가 지역으로 환원되기 위해 가공된 사례는 많다. 도봉옛길을 소재로 한 보드게임 방방곡곡도봉봉’,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예술인이 창작한 글꼴 도봉옛길체’, 지역의 일상을 담아낸 대중서 도봉 사람들은~시리즈 등, 현재 도봉 지역의 문화자원이 다양하게 가공되고 전파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콘텐츠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거리낌없이 소비된다면 지역민의 생활 양상 또한 변화할 것이다고 믿는다.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인이나 기업이 더 이상 보편화된 중앙의 문화 소재를 찾지 않고 지역문화를 가공하기 시작한다면 지역의 문화적 경쟁력은 이미 확보된 것과 다름이 없 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경쟁력은 소멸해가는 지역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기관과의 협업

 

앞에서 제시된 지역학을 도구로 하는 지역문화의 창달을 목표로 가진 문화원의 사업은 한정된 인력과 재원의 문제로 타 기관과의 협동, 협업,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문화 유관기관과의 불편한 경쟁과 그로 말미암아 소통을 어렵게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도봉문화원은 지역 내 문화유관기관들과 개방적 협력을 요청하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 덕성여지대학교, 도봉문화정보 도서관, 대한노인회 도봉구지부, 인도연구소 등, 여러 분야의 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견 청취와 수렴의 방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경제력의 상승은 개인적 삶의 욕구를 증폭시킨다. 이러한 문화가 함의하는 공유하는 가치와 삶의 만족도는 생활권역내에서의 기관, 시설에서 제공하는 문화프로그램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서 구현될 수 있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지역문화와 관련된 법령의 구축과 시행 기관의 확충이 이루저지고 있음을 목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기관들이 수행해야 할 목표나 사업이 모호하게 중복되어 불필요한 경쟁관계에 놓이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 그런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언급하지 않겠으나 지금이라도 가 기관들의 설립 근거를 명백하게 하고 전문성을 확보하여 소모적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 상생의 협업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마디로 지역문화는 한 기관이 독립적, 독점적으로 형성할 수 없는 광범위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 결어

 

우리가 지역문화의 창달을 꿈꾸는 것은 사람다움공동체의 유대감을 통해서 삶의 의의를 찾기 위함이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의 부력(富力)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 하고, 우리가 강력히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는 단순한 정서의 소비를 넘어서서 타인과의 결속력을 높이는 힘을 키우는 축적물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지역문화 발전의 향방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쁨을 향유하는 빛나되 번쩍이지 않는”(광이불요 光而不耀)문화 생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장바닥처럼 떠들썩한 문화 프로그램은 자본에 수용되고 시장 경쟁으로 비속해지는 문화의 내면을 숨기며 융성해지겠지만, 은근하며 내성적인 문화에서는 검소한 풍요와 자유로운 진실이 빚는 아름다운 사유의 문화가 피어날 것이다.

 

- 한겨레신문 2013.1107에서 부분 인용

 

결론으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지역문화는 생활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들고,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문화-검이불루 화이붙이(儉而不陋 華而不侈)- 가 우리가 추구하고 실행해야 할 지역문화의 실체이다.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콘텐츠 개발, 인구 소멸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여가의 문화, 문화 향수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방안 등은 도봉문화원이 생각해 보아야 할 또 하나의 과제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 이 글은 2022 도봉학 학술회의 "지역사회에서의 문화의 역할" (2022,0820)의 벌표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