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손이 그리워져 본 적이 있는가
휘청, 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 할 때
내가 그토록 믿었던 다리도 소용이 없고
허공을 쓴웃음으로 붙잡으려 할 때
내게 간절한 것은 또 하나의 손이다
어디에선가 불쑥 아무도 모르게
돋아 오르는 여린 싹처럼
저도 어쩔 줄 모르면서
어쩌자고 내게 내미는 손
그러나 처음 나를 잡아준 것은
방바닥이나 벽처럼 무정한 것들
기억하지 않으려고
도리질한들
상처는 쓰담을 수 없어
슬며시 내밀었던 손을 거두어들였던
마음을 만나는 날
넘어지고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날
날카로운 송곳이라 해도
온기가 스며있다면
내게는 그리운 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