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15
― 뼈의 말
뼈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문득 높은 가지에서 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
그 순간의 고요를 고통으로 들었다
하나였던 것이 찢기듯 나누어졌던
늦겨울의 밤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이 돌아와도
뼈는 붙지 않았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소리
차마 토해내지 못한 신음이
낙엽으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가슴속에서
그래도 태어나는 꿈이 있는지
어느 날은 처음 날개가 돋은 새가 보이고
어느 날은 지팡이가 요술방망이가 되어
하늘을 난다고
정신과 의사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청과 환각 증세라고
희망 대신 처방전을 건네주었다
오늘은 참 좋은 일요일
지팡이도 쉬고 싶다는데
은행잎 깔린 길을 휘적거리며 간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넘어지면 끝이라고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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