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16
― 대학大學강의
오래 걷지 않았는데 발이 주저앉았다
먼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는데
눈이 비를 내린다
정심正心이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일임을 누가 모르랴
그러나 마음이 숨은 곳을 아는 것도 힘든 일인데
그 마음을 찾아가는 험로
그 먼 세상을 놓치고 말아
이제 내게 남은 것은
헛된 소문에 커져가는 귀와
넝쿨처럼 허공을 붙잡는 손
댓돌 위에 얌전히 놓인 신발과
금이 간 돋보기
바람의 매를 맞으며 펄럭이는 깃발이
마음일지 몰라
오늘도 결석인 정심이라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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