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뉘엿뉘엿 저물어가면서
느리게 닿았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저 여린 풀과 꽃과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자고
곧 땅거미가 지면
이 세상의 모든 집을 향하여
돌아가는 때
혹 길을 잃으면
구슬처럼 돋아나는 별들
오래 머무르지 않는 구름들
기울어진 달이
나뭇가지에 힘겹게 걸려 있을 때
아직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는
눈이 내게 있다고
그 눈에 아직도 남아있는
한 방울의 눈물이 모여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고
그렇게 뉘엿뉘엿
목화이불 한 채 내려주시는
하늘을 우러르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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