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안녕, 베이비박스 2019

긴 편지 2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2. 2. 13:23

긴 편지 2

 

거칠고 비탈진 땅밖에 남지 않았다

눕지 못하고 바늘로 곧추서야 살 수 있는

사나운 바람이 채찍을 휘두르는 세상 밖에 말뚝을 박고

발걸음을 멈추었으니 방랑이었다면 수행의 게으름

유배라면 휴식의 기쁨을

주어가 사라진 향일성의 동사動辭를 뼈에 새기고

한 번에 부싯돌을 그어주기만 하면

분신의 탑으로 타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살아온 날들만큼의 수많은 내가

눈발로 흩날리듯 그림자로 어두워질 때

천 리 밖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백 년 후의 일이다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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