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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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오늘을 천년 같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11. 4. 22:57

오늘을 천년 같이

 

무릇 이순을 지나면 천명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보다 순리에 맞춰 살아가고자 하는 지혜가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굳게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삶을 증명하고, 인간다움을 통찰하면서 끝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시를 택했다. 이백이나 두보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얼추 삼 천 여 편의 시를 쓰면서 사십 여 성상을 모나고 비뚤어진 심성을 둥글게, 부드럽게 쓰다듬을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신해년을 보내면서 스무 번째 시집을 탈고했다. 세상으로 나가는 나의 시들이 어느 곳, 어느 사람들에게 가닿을지 궁금하면서도 부끄러움도 함께 하는 까닭은 조금이라도 헛된 욕심과 자만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이다. 그러나 어쩌랴! 다가오는 새해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호랑이의 용맹함과 날렵함을 따라가기에는 어림없는 일이지만, 무엇엔가 도전하는 용기만큼은 잊지 않고자 한다. 고희의 첫발을 내딛으면서 나보다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온기를 함께 나누면서 그동안 배우고 익힌 지식을 내려놓는 일, 그동안 틈틈이 연마한 악기 연주를 통해 봉사의 기쁨을 꽃 피울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창조문예 300호( 2022년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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