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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봄의 꼬리를 붙들고 장마 든 폭염의 여름을 맞이합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6. 15. 16:54

[나무를 찾아서] 봄의 꼬리를 붙들고 장마 든 폭염의 여름을 맞이합니다.

천리포 바닷가 숲에 다녀왔습니다. 꽃 피는 시기가 언제나 늦은 편인 곳이기는 하지만, 봄꽃은 이미 다 졌습니다. 이제는 숲에서도 여름이 느껴집니다. 여름 꽃들이 무성하게 피어난 것은 아니어도 여름 채비에 나선 나무들의 수런거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나뭇잎의 초록은 한층 짙어졌고, 열매를 익혀가는 나무도 있습니다. 봄은 이미 다 지났지만, 아직 봄의 꼬리를 붙들고 서 있는 꽃들도 있습니다. 지난 달, 그러니까 오월 중순 쯤에 화려하게 피었던 만병초 종류의 꽃(위 사진)들, 때죽나무의 꽃(아래 사진)들의 대부분은 이미 시들어 떨어졌는데, 그 가운데 아직 남아있는 꽃들이 적지 않아 반갑기도 하고, 이 험한 봄날을 잘 버텨온 꽃들이 고맙기도 합니다.

○ 여름, 부천 상동도서관 강좌를 다시 시작합니다. ○

송두리째 잃어버린 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들을 충분히 조심하면서, 숲의 나무처럼 여름과 가을을 채비해야 합니다. 2017년부터 한 달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부천 상동도서관 나무강좌》를 지난 봄(2월부터 6월까지)에는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강좌를 7월부터 다시 열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미처 채우지 못했던 다섯 차례의 강좌까지 합해서 7월부터 모두 11차례의 강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달이 둘째 주와 넷째 주에 걸쳐 두 차례씩 진행해서 12월 초에 마치는 방식입니다. 7월부터 진행할 강좌는 우리 일상의 모든 변화를 따라서 조금 까다롭게 진행하게 됩니다.

여느 곳에서처럼 발열 체크라든가 마스크 착용 등의 절차를 반드시 거치기로 한 건 물론이고, 자리도 띄엄띄엄 앉아야 합니다. 때문에 지난 해 참가자 수의 절반만 참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20명이 아니라, 60명만 모집한다는 겁니다. 상황을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만, 참가 신청 없이 자유롭게 공개강좌 형식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올 하반기 강좌 참가 신청은 좀 서둘러 주셔야 할 까닭입니다. 참가 신청은 다음 주 월요일인 22일부터 시작하는데, 《나무편지》 독자들께 미리 알려드립니다. 다음 《나무편지》에서 참가 신청 페이지를 링크해서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 목련 종류의 하나인 초령목과 장미 종류인 해당화 ○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사진들은 모두 지난 주에 찾아본 천리포 숲의 나무들입니다. 앞에서 아직 피어있는 봄꽃이 남아있다 하고는 만병초와 때죽나무를 보여드렸지요. 그 다음 사진은 목련 꽃입니다. 목련 종류 가운데에 비교적 늦게 피는 종류이기는 하지만, 늦은 만남이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도 목련 종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초령목’이라고 불리는 나무인데, 우리가 흔히 보는 목련 종류와는 사뭇 다르지만, 목련 종류에 속하는 우리의 토종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자생하는 나무인데, 특히 일본 사람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향기가 강한 꽃으로, 이 꽃의 향기가 귀신도 불러온다 해서 부를 招, 영혼 靈을 써서 지은 이름입니다.

해당화 종류에 해당하는 거개의 꽃들도 이미 시들어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중국이 고향인 해당화 종류의 분홍 빛 꽃이 남아있었습니다. 우리 토종의 해당화에 비하면 나무의 크기가 훨씬 크고, 그 가지 위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도 탐스러워서 이 즈음 천리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꽃입니다. 꽃 모양은 우리 해당화와 꼭 같지만 조금 큰 편이고, 꽃 진 뒤에 맺는 열매에는 밤송이처럼 가시가 달려서 우리 수목원에서는 ‘밤송이해당화’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나무입니다. 나뭇가지 전체에 화려하게 피었던 꽃들 가운데 이미 꽃가루받이까지 마친 몇 송이가 간당간당 매달려 여름 바람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 이 초여름에 알맞춤하게 피어나는 알리움과 노루오줌 ○

철 지난 꽃들과 달리 지금 한창인 꽃으로는 ‘알리움’을 꼽을 수 있습니다. 상사화나 꽃무릇처럼 잎새도 없이 불쑥 솟아오른 꽃대궁 끝에 믿어지지 않을 만큼 큰 꽃차례를 피워올리는 독특한 꽃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자잘한 꽃송이들이 공 모양을 이루며 모여 피어나는 꽃인데요, 알리움에도 종류가 여럿 있습니다. 빛깔은 대부분 보랏빛입니다만, 꽃차례의 크기가 다릅니다. 비교적 작은 꽃차례는 야구공 정도 크기인데, 큰 것은 그 두 배나 세 배 정도 될 정도로 큽니다. 그만큼 큰 꽃 차례를 떠받치는 꽃대궁이 가냘퍼 조금은 불균형하게 보이는, 야릇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꽃이지요.

노루오줌이 화려하게 피어나기에는 아직 좀 이릅니다. 성마른 몇 종류에서만 하얀 꽃이 송송 피었습니다. 뿌리에서 노루의 오줌 비슷한 냄새가 난다 해서 조금은 민망한 이름이 붙었지만, 여름에 우리 숲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아름다운 꽃이지요. 우리 토종의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세계적으로 관상용 여름꽃으로 많이 심어 키우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노루오줌에도 종류가 무척 많습니다. 우리 수목원에서 수집한 종류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흰 꽃에서 시작했지만, 좀 지나면 붉은 계통이나 노랑 계통의 꽃까지 다양한 빛깔로 숲 곳곳을 화려하게 수놓을 겁니다.

○ 장마와 폭염… 여느 해보다 무더울 것이라는 예보 ○

서둘러 열매를 돋워 올린 블루베리는 더운 여름 햇살을 반기며 부지런히 씨앗과 과육을 키워갑니다. 이 블루베리는 우리나라에 맨 처음 들어온 나무입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인 민병갈 원장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들여와 심어 키우며 잼을 지어 먹곤 했던 열매입니다. 블루베리뿐 아니라, 적지 않은 나무들이 씨앗 키우기로 분주해지는 여름입니다. 힘겹게 보낸 지난 봄의 아쉬움은 이만 내려놓고, 우리도 이 여름과 가을에 더 알차고 보람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금 내 앞을 한번 더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잃어버린 봄만큼 여름과 가을에서의 결실을 더 크게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마전선이 올라와 이미 남녘에는 적잖은 피해까지 입은 모양입니다. 폭염경보까지 발령했고요. 모두가 예년에 비해 빠른 거라지요. 게다가 올 여름 더위는 무척 혹심할 것이라는 예보까지 있습니다. 그러나 여름과 가을까지 놓치지 않도록 지금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한층 세심하게 살펴야 하겠습니다. 이 계절 더 건강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여느 해보다 무더우리라는 여름 예보 앞에서 6월 15일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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