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혼자 중얼거리다

의자에 대하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5. 19. 23:12

하루하루를 사는 일이 허물을 벗는 일에 다름 없다.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은 없을까? 지난 밤 늦게 오래 전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보면서 왜 울었을까?

대전 국악방송에서 이현옥 시인이 시 한 편을 낭독해 주셨다.
일신우일신의 각오를 다져 본다

의자 4
나호열

사람은 의자가 되기 위하여 태어났는지 모른다 사람이 사람이라 불려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기꺼이 제 몸을 내어줄 때 일 것이다 의자는 오랜 시간 홀로의 시간을 견디고 자신에게 아무런 고마움을 느끼지 않고 잠시 고단한 발걸음을 멈춘 이들이나 다른 일을 하기 위하여 하인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미련없이 떠나는 그 때까지 묵묵하게 무게를 견딜 뿐이다 세월이 흐르면 의자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허물어 쓰레기가 되어 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마땅히 의자가 되어야 한다 나를 닮은 어떤 일들에 필요한 노역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혼자 중얼거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설 世說  (0) 2020.05.27
걸레  (0) 2020.05.22
행복의 정의   (0) 2019.09.20
독감  (0) 2017.12.30
약이나 먹어라?  (0) 2017.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