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세상 모든 생명의 순서에 따라 조금 늦게 피어난 노란 꽃
지금 그 곳의 하얀 목련은 어떤가요? 그 아름답던 꽃 이미 다 시들어 떨었겠지요. 하얀 화려함으로 이 땅의 침잠한 봄을 노래하던 백목련 종류의 꽃이었건만……. 그러나 곳곳을 잘 살펴보면 조금 늦게 피어난 목련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백목련 종류가 피고난 뒤에 피어나는 자목련 종류의 꽃이 아직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요. 세상의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모두 저마다의 ‘순서’가 있습니다. 목련 종류에도 꽃 피는 순서가 있지요. 세계적으로 1천 종류에 가까운 목련이 한 순간에 모두 화들짝 피어나지는 않습니다. 생명체에 내재하는 생리적 순서가 있을 뿐 아니라, 지역과 기후에 따른 순서도 있으니까요.
○ 흔한 종류는 아니지만 차츰 곳곳에서 많이 심어 키우는 종류 ○
어제, 그제 주말 이틀 동안 목련만 실컷 보고 또 보았습니다. 봄마다 따뜻한 남부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의 목련 종류에 비해 적어도 이레, 길게는 열흘 쯤 뒤에 피어나는 충남 태안 천리포 숲의 목련 종류들입니다. 백목련 종류의 하얀 꽃은 이미 떨어진 걸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흰 꽃 진 뒤에 피어나는 붉은 빛깔의 자목련 종류, 그리고 이번 답사에서 꼭 보려 한 노란 빛깔의 목련 꽃은 지금이 한창입니다. 노란 꽃의 목련 종류는 이십 년 전쯤부터 이어온 《나무편지》에서 자주 보여드린 꽃이어서, 오래 된 《나무편지》 독자들께서는 잘 아실 겁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노란 빛깔의 꽃을 피우는 목련 종류는 아시다시피 흔한 종류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처음 들여와 심어 키우기 시작한 뒤로, 요즘은 몇몇 수목원 식물원에서도 꽤 심어 키우는 종류이지요. 심지어 최근에는 어느 도시의 공원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아직은 흔한 종류는 아닙니다. 백목련 종류와 자목련 종류 못지 않게 노란 목련 꽃 역시 종류가 무척 다양합니다. 그래서 그냥 뭉뚱그려 ‘황목련 종류’라고 이야기하곤 하지요.
○ 늦게 피어나서 희귀하고 그래서 더 귀족적인 ○
황목련 종류의 꽃은 목련 종류 가운데에 가장 늦게 피어납니다. 천리포수목원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4월 말에 만개하여 5월 초까지 볼 수 있습니다. 예년보다 개화 시기가 조금 빠른 올에는 오월 첫째 주 정도까지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엊그제 상황으로 보아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기후 변화가 해마다 달라지는 바람에 내년 또 그 다음 해의 개화 시기까지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리 기후가 빠르게 변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아마도 일주일 이상의 차이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노란 빛깔의 목련 꽃은 귀족적인 느낌을 가졌다고 하고 싶어집니다. 아직은 우리 땅에서 희귀한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흰 빛깔이나 붉은 빛깔에 비해 훨씬 도도하고, 오연한 아름다움이 있지 싶은 게 제 느낌입니다. 게다가 개화 시기가 늦다보니, 흰 목련 꽃과는 달리 잎사귀와 함께 피어나서 더 싱그럽다는 것도 노란 꽃 목련 종류의 특징입니다. 연초록의 새 잎에 둘러싸여 도도하게 피어나는 노란 목련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온 세상이 침묵에 든 이 봄에도 노랗게 노랗게 피어나 이 땅의 봄을 찬란히 노래하는 목련 꽃에 종일 눈맞춤하고 돌아온 주말이었습니다.
○ 순서에 따라 온 땅을 갖가지 빛깔로 물들이는 꽃들 ○
노란 목련 외에도 아직 붉은 빛깔의 자목련 종류도 꽤 많이 남아있습니다만, 오늘 《나무편지》는 노란 목련만 보여드리며 짧게 마무리하겠습니다. 목련만 실컷 보고 돌아왔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왜 목련 뿐이겠습니까, 목련과 어우러져 피어나는 수선화 튜울립과 같은 초본 식물과 붓순나무 분꽃나무 벚나무 종류를 비롯한 온갖 꽃들이 환하게 피어난 봄, 깊어가는 이천이십년의 봄입니다. 더 건강하게 새 날 이루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세상의 생명들이 알려주는 생명의 순서를 생각하며 4월 27일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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