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과 떠나는 詩 낭독열차
장석주·박연준 28일 첫 출발
문학 강연… 릴레이 글쓰기도 문정희(69), 정호승(66), 장석주(61)-박연준(36) 부부, 문태준(46) 등 국내 대표적 현대시인들이 경북 칠곡의 ‘시 쓰는 할매들’을 만난다.
이야기경영연구소는 시 읽는 사회를 만들고 시를 통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칠곡군과 함께 5∼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시 낭독 열차’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 낭독 열차는 시인과 독자가 함께하는 공간이다.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초청시인이 시 낭독과 문학 강연을 하고 독자와 대화한다. 또 시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참가자 전원이 한 문장씩 써내려가는 ‘릴레이 글쓰기’에도 도전한다. 칠곡에서는 시와 연극 등 생활인문학의 현장을 둘러보며 도·농 교류를 몸소 실천한다.
이야기경영연구소가 열차의 목적지로 칠곡을 선택한 이유는 그곳에 ‘시인 할머니’들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한글을 깨치겠다는 일념으로 마을회관에 모였던 할머니들이 차츰 글에 눈뜨고 급기야 시까지 쓰게 됐다. 89명의 할머니가 서툴지만 한 글자씩 눌러쓴 98편의 시는 한 권의 시집으로 발간됐다. 제목은 ‘시가 뭐고?’. 고희(古稀)가 훌쩍 넘은 시골 할머니들의 순수하면서도 소박한 삶이 오롯이 배어 있다. 김태자 칠곡 교육문화회관 관장은 “마을 할머니들이 모두 시인으로 데뷔한 곳은 아마도 칠곡뿐일 것”이라며 “칠곡이 인문학의 대표 고장으로 거듭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낭독 열차의 첫 번째 초대 손님은 장석주-박연준 부부 시인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25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해 화제가 됐다. 오는 28일 열차에 몸을 싣는다. 이들은 ‘사랑, 시로 꽃피다’를 주제로 약 70명의 독자와 함께 칠곡군 약목면 남계마을로 떠난다.
장 시인은 “아버지의 고향이 칠곡이라 더 가까운 느낌이 들고 설렌다”면서 “글과 시에 대한 할머니와 지역주민들의 열정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박 시인도 “지난번 사전답사 때 보니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뜻밖에 젊은 분들의 호응이 커 놀랐다. 오히려 그분들에게 배우고 온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다음은 정호승 시인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6월 4일 칠곡군 북삼읍 어로마을로 간다. ‘시인과 함께하는 인생 이야기’가 주제다. 정 시인은 “모처럼 독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련돼 기쁘다. 칠곡 주민들과의 만남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9월 3일에는 문정희 시인이 ‘시, 삶을 물들이다’로, 10월 9일엔 문태준 시인이 ‘시는 살아있는 인문학이다’를 주제로 시 낭독 열차에 동행한다.
이야기경영연구소는 시인, 지방자치단체, 교보문고 등과 연계해 시 낭독 열차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