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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진흥법, 문학 살릴수 있을까…'국립한국문학관' 벌써부터 시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5. 29. 11:08

문학진흥법, 문학 살릴수 있을까…'국립한국문학관' 벌써부터 시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016년이 문학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학계는 침체에 빠진채 표절과 문단 권력 등의 오명까지 불거져 혼란스러웠다.

올해 들어 상황이 돌변했다. 작가 한강이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의 자매상인 '인터내셔널 부문'을 거머쥐며 구원 투수가 됐다.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한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 '소년이 온다', 신작 '흰'이 나란히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하며 문학 열풍을 이끌고 있다. 흥행 작가인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도 '채식주의자'를 이러한 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문학진흥법'이 문학부흥에 방점이 될 거라는 기대가 크다. 지난해 12월31일 시인인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던 문학계에 숨통을 터줬다. 올해 2월 공포,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아직 갈 길이 멀다. 문학진흥법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 규칙' 제정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이 법안에 포함된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위원 구성은 어떻게?

15인 이내에서 위원이 구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문화예술위원장, 한국문학번역원장, 국립한국문학관장을 포함하게 된다. 사무처리를 위해 간사를 두되, 문체부 공무원 중에서 장관이 지명한다.

문체부는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연 2회 정기회의를 하는 비상설 기구로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학계는 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상설기구로 운영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국제펜클럽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한국시인협회·한국작가회의 등 문학 5개 단체는 이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한국문학 5개 단체가 함께 기자회견을 여는 건 문학단체 결성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시인인 곽효한 대산문화재단 상무도 지난 26일 '문학진흥법' 관련 공청회에서 토론문을 통해 "위원회가 문학진흥법이 의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설기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무적인 활동 등의 필요를 위해 산하에 하위 조직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 상무는 "집행부와 이사회의 분리를 통해 균형과 책임을 강화하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는 방법"이라며 이사회 의장과 관장의 분리를 검토해볼 것도 주문했다.

◇국립한국문학관, 문학계 '뜨거운 감자'

문학진흥법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국립한국문학관이다. 2020년 개관을 목표로 문학유산·원본 자료의 수집·복원, 보존·아카이브 기능, 연구·전시와 교육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총 450원이 투입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와 맞물리며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25일까지 한국문학관 부지 공모 마감 결과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24곳이 신청했다. 24대 1의 경쟁률이다. 지자체별로 서울·광주·대전·경기·충북·충남·전북·경남이 각 2곳을 신청했다. 문체부는 7월 중 후보지를 선정한다.

하지만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문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학 5개 단체장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위한 부지 선정 과정에는 그 어떠한 지역 안배의 논리나 정치적인 힘의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지 선정은 "공간적 상징성, 미래를 향한 확장성, 전국민적 향유를 위한 접근성, 세계문학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국제교류 가능성을 교류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행령안 중 '문학관의 사업 수행을 위해 보존 또는 활용이 가능한 문학과 문학인 관련 저작물과 유물·유품으로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라는 내용은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되고 있다.

전보삼 한국문학관협회장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 자료'라 할 수 있음에서 한국문학이라고 한정할 것이 아니라 문학의 범주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도 공청회에서 "기존 문학장르 출판물이라는 용어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처칠의 회고록은 그 자체로서 대단한 문학작품이다. 디지털 문명이 지배하면서 출판의 물직적 양태가 종이를 뛰어넘었다. 따라서 '기존 문학 장르 출판물'을 '문학성이 인정된 모든 종류의 출판물'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문학관 전문 인력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곽효환 상무는 공청회에서 "문학관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문학관 학예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별도의 자격제도를 만드는 문제는 조금 더 학계와 문학계 의견 수렴과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실질적인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문학진흥업'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의 역할을 놓고도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에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영문 번역이 크게 이바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는 기관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고영일 번역출판본부장은 공청회에서 "한국문학작품이 좋아서 읽고 번역을 시작한 새로운 번역가 세대의 등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향후 문학진흥법 개정 시 원어민 번역가 양성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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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운영하는 '번역가의 집'(가제)과 같은 번역 작업공간을 만들어 작가·번역가 또는 번역가·작가 간의 만남이 상시 가능하도록 해 한국문학과 외국문학과의 소통의 질을 높이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문학진흥법과 관련, 문학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문학평론가인 중앙대 오창은 교양학부대학 교수는 "문학계 관련 핵심적인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과정에서 문학 주체인 문학인들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학계 관계자는 "좋은 취지의 법안에 대해 훗날 뒷탈이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문학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