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독자들 마음 사로 잡아
시 웹툰 ‘시시하고 따뜻한 일상’. 시인 신미나 씨가 ‘시누이, 싱고’라는 필명으로 그리는 이 웹툰은 시인들의 시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보여준다. 창비 제공
올해부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뒤 책상에 앉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꾸벅꾸벅 졸게 된다. 원고 마감일을 꼭 지켜보겠다고 부지런을 떨지만,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원고 말고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지. 음악도 들어보고 라디오도 켜봤다가 마음잡고 원고 쓸 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느닷없이 들려오는 쿵짝쿵짝 가격파괴 이벤트 안내!
창비 블로그(blog.changbi.com/lit/)에 연재되는 시 웹툰 ‘시시(詩詩)하고 따뜻한 일상’의 6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다. 이 웹툰은 심보선 시인의 시 ‘첫 줄’에 대한 해설이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미래의 열광을 상상임신한/둥근 침묵으로부터/첫 줄은 태어나리라 …’ 시의 뮤즈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인의 열망은 거꾸로 그만큼 좀처럼 작품을 쓰지 못하는 어려움으로도 읽힌다.
웹툰에는 ‘심보선 시인 하면 떠오르는 무거운 이미지가 있었는데 귀여운 그림과 곁들여 보니 쏙쏙 읽힌다’는 등의 댓글 100여 개가 달려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시(詩)누이, 싱고’는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를 낸 시인 신미나 씨다. 그는 시 해설 웹툰 ‘시시하고…’로 누리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시가 활자뿐 아니라 다양한 뉴미디어와 결합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황인찬 김현 박시하 씨 등 5명의 시인이 진행하는 시 팟캐스트 ‘시원해요’는 최근 시즌2를 시작했다. 그때그때 주제를 정하고 시집을 읽어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독자들이 시를 편안하게, 엄숙하지 않게 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운영하고 있다”고 김현 시인은 설명한다. 시인이 1년 넘게 진행해온 시 팟캐스트 ‘시시한 다방’도 팬층이 두껍다.
팟캐스트 ‘시시한 다방’을 운영하는 김사인 시인.
출판사 창비는 올 상반기 ‘창비 시선 400권’ 출간을 맞아 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젊은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창비 시선 400권의 시를 대부분 디지털화해 저작권 문제가 없는 시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상황에 맞게 시를 추천하는 기능 등을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