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나호열 시집과 박미라의 시집을 놓고 본상 심사를 시작했다. 이 두 분의 시집은 공히 아주 높은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어 어느 한 분의 시집을 고르기가 쉽지 얺았다. 박미라의 시집은 정밀한 언어능력이 돋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서정성이 약해 보였고, 나호열 시집은 섬세한 서정성은 돋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정밀한 언어능력은 부족해 보였다. 형편이 이러니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심사위원 세 사람은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나호열의 시집 『촉도』를 제 9회 충남시인협회 본상 수상시집으로 선택했다. 시에 드러난 삶의 구체성 및 서정성등등을 좀 더 높이 평가한 것이다. 나호열 시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드린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해 좋은 시 많이 쓰기를 바란다. 수십 번 마음을 바꾸며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손을 놓은 것이 박미라의 시집이었다. 많이 아쉽지만 구 사람을 모두 수상자로 뽑을 수 없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말씀 드린다.
충남시인협회 본상과 작품상을 매개로 충남의 시인들 모두가 일신우일신하기를 바란다.
205년 12월 1일
심사위원 : 김영호(평론가), 이은봉(시인), 함순례(시인)
蛇足
1. 심사평 중에 ‘상대적으로 정밀한 언어능력은 부족해 보였다.’는 언급에 계속 생각을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정밀한 언어능력이란 무엇인가? ‘비유’의 눙력을 이르는 말이 아닌가? 나는 아직 그 지적에 전적으로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될 수 있으면 비유는 ‘뜻’으로부터 멀리 나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지가 보일락말락 하는 지점에 비유는 멈춰야 한다고 믿는다. 그 경계를 넘어서고 나면 시는 딱딱해지고 현학적으로 함몰하고 만다고 믿는다. 앞으로 더 연마해야 할 사항이다.
2. 박미라 시집 『우리 집에 왜 왔니?』(푸른 사상 2015)는 좋은 시집이다. 활달한 시상과 이미지의 진폭이 넓다. 박미라는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 있는 바람을 만나고 싶다』,『‘붉은 편지가 도착했다』와 수필집 『그리운 것은 곁에 있다』 등을 펴낸 바 있다.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돌과 새의 행간
그가 쓸개에서 꺼낸 붉은 돌 하나를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태어난 작은 돌은
뱉어낸 지 오래인 객혈처럼 조금 적막하다
이 일을 정말 그가 계획했을까
제 몸을 조금씩 돌로 만들어, 잘게 부수어,
은근슬쩍 지워지고 싶었을까
불붙지 않는 마그마를 품은 채 너무 오래 걸었다
분별없이 떨구는 눈물처럼
한 방울 담즙 따위로 무게를 덜어내는
지상의 나날들은 참혹하거나 지루하여
잔뜩 웅크린 채 돌의 시절을 부르고 있는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노을 빛깔의 날개가 돋을 것이다
죽은 새처럼 보이는 저 돌을 힘껏 던지면
던지는 쪽으로 날지 않고
허공을 맴돌다 아무도 모르는 어떤 별로 돌아갈 것 같은데
사라진 쓸개에 대하여 발설치 않을 것을 혼자 다짐하며
문 앞에서 돌아본 병상 위애
붉은 새 한 마리가 깃털이 빠진 자리를 더듬고 있다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부리를 가진 미기록 맹금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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