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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騷擾에서 소요 逍遙까지의 먼 여정을 위하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 20. 19:33

소요 騷擾에서 소요 逍遙까지의 먼 여정을 위하여

 

나호열(시인, 경희대 교수)

 

『내 몸에서 떨어지는 황금빛 이파리』는 소요문학회의 스무 번째 작품집입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스무 권을 출간했다는 것은 척박한 풍토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성인에 이르게 된 셈이지요. 그러나 지난 업적에 만족해하고, 더 이상의 성장을 꿈꾸지 않는다면 진정한 언어의 유희 遊戱가 아니라 소요 騷擾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상의 반복에 함몰될 것입니다.

 

【소요문학】이 동두천이라는 지역적 공간과 여성 문학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성장해 왔다면 지금부터는 그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모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놀이하는 존재 Homo Ludens' 의 영역을 확장하는 예술가로서의 탐구정신을 일깨워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급격한 사회적 변동은 지역 간의 생활양식과 사유구조를 평준화 시키므로써 문학의 영역에 있어서도 현재라는 시간을 관통하는 시대적 낌새와 그 낌새를 포착하고 내면화하는 시인, 작가들의 분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문학은 형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다양한 표현의 통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를 표현수단으로 삼는 문학은 디지털의 무한한 확장에 반비례하여 점차로 그 영향력이 감소되는 추세에 있지만, 인간이 언어를 더 이상 사유나 표현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그 날까지는 소멸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소요문학】은 현대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각종의 소요 騷擾를 관용과 사랑으로 포섭하는 소요 逍遙의 경지로 이끌고 가는 선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C.D 루이스는 ‘시인은 자기 시대의 특정한 양상을 기록하는 임무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좀 더 부연하면 시인의 내부 속에서 시대적 양상과의 일치를 인식하고 있음으로 해서 그의 상상력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을 기록하도록 위임 받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적인 정서의 발로이든, 사회적 비판의 도구이든 간에 ‘무엇을 쓸 것’이며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문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지금보다는 더욱 강력하게 응답해야 할 임무를 자각해야 합니다.

 

문학을 포함한 예술은 여가의 활동이 아니며, 사회적 현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의 복사가 아닙니다. 물론 배설 排泄을 통해 심리적 정화 淨化를 꾀하고 타자(대중)를 교화敎化하는 효과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언어를 통한 표현을 통해 시인, 작가 자신의 내면을 끄집어내어 고형화되어 있는 자신을 재창조한다는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문학은 사유의 지평을 스스로 넓히는 임무를 시인, 작가에게 요구합니다. 낭만과 멋으로 문학이 충족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소요문학회의 회원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되, 하나로 뭉쳐져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여러분 앞에 주어져 있음을 깊이 아로새길 때 【소요문학】은 한국문학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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