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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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싹에 대하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1. 12. 14:38

 

싹에 대하여

 

굳지 않은 땅을 골라서

지상으로 돋는 싹은 없다

머리로 딱딱한 천정을 몇 번이고

부딪고 또 부딪치면서

이윽고 물러지고 틈이 난 곳으로

머리가 솟는 순간부터

다시 싸움은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이곳은 어디인가

아무도 호명하지 않은 또 나는 누구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람과 비를 배우고

햇빛에 순종하는 버릇을 잊어본 적 없는

그럴수록 검붉은 대지와 멀어지는 당혹감으로

나는 자주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뿌리가 궁금해진다

이 지상의 나 말고

불러도 대답할 수 없는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또 하나의 나

태어난 죄로

못질 소리 요란히 들리는 기억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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