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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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옛사랑을 추억함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8. 23. 14:19

 

옛사랑을 추억함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나

꽃 피고 바람 불고 속절없이 죄다 헐벗은 채로

길가에 서 있었던 때가 있었나

이제는 육탈하여 뼈 조각 몇 개 남았을 뿐인데

얇아진 가슴에 돋아오르는

밟을수록 고개 밀어 올리는

못의 숙명을 닮은 옛사랑이여

나는 아직 비어 있는 새장을 치우지 않은 채로

횃대에 내려앉은 깃털과

눈물 자국을 바라본다

작은 둥지에는 무모했던, 무정란의

꿈의 껍질 그대로

이제는 치워야지 하면서

또 누군가를 감금하기 위하여

시간을 사육하고 있다

덫 인줄 모르고 내 가슴에 내려앉으려면

튼튼한 날개가 필요하다

한 번 날아오르면 별이 된다고

죽어야 별이 된다고

눈물의 망원경은 막막하게

허공을 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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