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나호열
그가 문을 닫고 떠날 때마다 나의 생애는 오래 흔들거렸다
위태롭게 걸려 있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했고
정전의 암흑이 발자국들을 엉키게도 했다
세차게 닫히는 쿵하는 소리가
눈물을 한 움쿰씩 여물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두렵고도 즐거운 일이기도 하였다
우리는 역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졌지만
문은 늘 우리에게 약속의 열쇠 같은 것이었다
안에서는 잠겨지지 않는 그 문은
오직 그가 열고 닫을 수 있었던 것
문이 열릴 때 잠깐씩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들어오고
그 햇살과 바람으로 나는 사막을 키웠다
문이 닫힐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역겨웠지만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문을 세게 닫는 지
그를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다
내가 키우고 있는 사막이 더 커지지 않도록
햇살과 바람이 틈입할 수 없도록 환영만을 남겨두는 것
언젠가 그는 나에게 길을 낼 것이다
거룩한 순례자의 발자국을 화인처럼 내 가슴에 새길 것이다
오늘도 그는 세게 문을 닫고 떠났다
지상에서 살다 간 사람들은 별이 되었다는데
하늘엔 장막 같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