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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문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7. 9. 00:25

/ 나호열

 

 

그가 문을 닫고 떠날 때마다 나의 생애는 오래 흔들거렸다

위태롭게 걸려 있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했고

정전의 암흑이 발자국들을 엉키게도 했다

세차게 닫히는 쿵하는 소리가

눈물을 한 움쿰씩 여물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두렵고도 즐거운 일이기도 하였다

우리는 역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졌지만

문은 늘 우리에게 약속의 열쇠 같은 것이었다

안에서는 잠겨지지 않는 그 문은

오직 그가 열고 닫을 수 있었던 것

문이 열릴 때 잠깐씩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들어오고

그 햇살과 바람으로 나는 사막을 키웠다

문이 닫힐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역겨웠지만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문을 세게 닫는 지

그를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다

내가 키우고 있는 사막이 더 커지지 않도록

햇살과 바람이 틈입할 수 없도록 환영만을 남겨두는 것

언젠가 그는 나에게 길을 낼 것이다

거룩한 순례자의 발자국을 화인처럼 내 가슴에 새길 것이다

오늘도 그는 세게 문을 닫고 떠났다

지상에서 살다 간 사람들은 별이 되었다는데

하늘엔 장막 같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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