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타인의 슬픔 2008

어느 새에 관한 이야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6. 10. 10:45

 

어느 새에 관한 이야기 / 나호열

 -제주도 기행. 1

 

십 년도 넘었던 것 같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그 모습을
끝내 그는 보여주지 않았다
머리 위로 철 지난 동백이 툭툭 떨어졌다
어느새라고 적으면 빨간 밑줄이 그어진다
잘못 입력된 맞춤법 검색
어느새 뒤에는 아무 말도 붙이지 말라
갑자기 생각이 무성해지기 시작한다
저 푸른 독기, 간헐적으로 요즘 비는 
동물성인 것 같아 얼룩이 빠지지 않는다
어느 새 라고 고쳐 적으니 또렷이 그 얼굴이 되살아난다
성산포 가시죠? 우리 집 앞에 내려드리지요
담장 너머가 바다인 집 앞부터 걷기로 한다
어느새 나는 여기까지 왔다
어느 새에 대해서 물어 볼 말이 있다

'타인의 슬픔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에 대하여   (0) 2012.06.16
먼 길  (0) 2012.06.11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0) 2012.06.09
삼릉 숲  (0) 2012.06.07
신탄리행  (0)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