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에 관한 이야기 / 나호열
-제주도 기행. 1
십 년도 넘었던 것 같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그 모습을
끝내 그는 보여주지 않았다
머리 위로 철 지난 동백이 툭툭 떨어졌다
어느새라고 적으면 빨간 밑줄이 그어진다
잘못 입력된 맞춤법 검색
어느새 뒤에는 아무 말도 붙이지 말라
갑자기 생각이 무성해지기 시작한다
저 푸른 독기, 간헐적으로 요즘 비는
동물성인 것 같아 얼룩이 빠지지 않는다
어느 새 라고 고쳐 적으니 또렷이 그 얼굴이 되살아난다
성산포 가시죠? 우리 집 앞에 내려드리지요
담장 너머가 바다인 집 앞부터 걷기로 한다
어느새 나는 여기까지 왔다
어느 새에 대해서 물어 볼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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