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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음지식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4. 27. 01:33

음지식물


태어날 때 어머니가 일러주신 길은
좁고 어두운 길이었다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 송곳이 아니었다면
어머니의 울음은 그렇게 푸르지 않았을 것이다.
몸에 남아 있는 푸른 얼룩은 고통의 살점
알 수 없는 적의는 죄와 길이 통하고
먼저 내 살점을 뚫고 나서야
허공을 겨눈다
이른 봄 벌써 목련이 지기 시작하는 때
저만큼 새가 날아가고 난 뒤에
그림자는 하얀 발자국으로 남는다
그 발자국 따라
좁고 어두운 길을 따라 나는 여기까지 왔다
세상의 발밑이지만 허리를 꺾지 않는 까닭은
굽지 않고 나를 적중하는 햇화살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푸른 울음 끝에 
나의 몸은 아주 작게 균열되었다
알을 슬기 위하여 수 천리를 날아가는 노랑나비
한 마리가 수 만 마리로 깨어지는 꿈을
긴 편지를 쓰기에는 봄이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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