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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드락거리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1. 8. 00:08

 

<우리 말 우리 글>

 

또드락거리다

 

나호열 (시인)

 

우리 말 중에 의성어 의태어는 어림잡아 삼 천 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제대로 배우고 적절히 쓸 줄만 알아도 재치 있고 정감이 담뿍 담긴 생각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의중에 걸맞는 단어를 찾아내었을 때의 희열은 마치 우주 전체를 얻는 듯한 기쁨과에 버금갈 것이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교언영색 巧言令色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을 때의 그 의미가 표현하는 존재인 인간이 구사하는 개념(단어)이 풍부하면 할수록 존재의 투명성과 세밀함이 확장되어질 수 있다는 것과 상통한다. 한자어를 제외하고도 우리에게는 참으로 맛깔나고 정감 있는 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외래어의 남용에 무감각해진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거리의 상점들, 심지어 예전의 동사무소도 주민자치센터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으로 개칭된 것만 보아도 우리 말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말들을 배우지 않고, 쓰지 않고, 익히지 않으면 그 말들은 영영 사장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고약한 습성을 고쳐나가기 위해서라도 시인, 작가들이 우리 말 우리 글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듬뿍 담아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드락거리다는 또닥거리다와 갈래가 같으나 또닥거리다가 단단한 물체를 가볍게 두드리는 뜻인 반면에 그 두드림이 가락에 얹혀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의식적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장단을 타는 모습을 상기해보면 절로 흥이 돋아오르지 않는가! ‘가을 비가 또닥거리며 내게로 온 날’이라는 문장과 ‘가을 비가 또드락거리며 내게로 온 날‘ 이라는 두 문장의 미세한 질감의 차이는 비록 명확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발음을 통하여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한글의 뛰어난 기능으로 말미암아 더욱 어여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