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부소산성 군창지 2010.11.06
나는 싸움이 싫다
아무리 거룩한 역사役事라 하더라도 나는 싸움이 싫다
망한 나라 군량미 불탄 자리
그 옛날 군사들처럼 우뚝 서 있는 소나무들 바라보면서
칼이든 머리로든 사람의 마음을 베는 싸움의 역사 歷史를
피로 읽었다
소나무들은 곧거나 휘어지면서도 몸 부딪는 일 없다
샅바를 잡기 전에 상대방의 기를 제압하는 준비 자세일까
아니면 한바탕 용을 쓰고 난 후 이기거나 지거나
다같이 모래바닥에 뒹굴고 난 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툭툭 모래 털어내는 몸서리일까
마음을 읽고 근육을 움직이며 서로 땀 묻히고
숨결을 주고받는 후
으라찻차 상대를 들어올려주는 씨름 한 판이 그리워
허공의 샅바를 붙잡고 평생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 왔다고 해도
아무리 거룩한 역사役事라 하더라도 나는 싸움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