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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치킨’과 ‘공정한 가격’ 논란을 보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12. 28. 23:12

‘통큰치킨’과 ‘공정한 가격’ 논란을 보며

 

                                                                                               전용덕 _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통큰치킨 사건과 관련하여 치킨의 가격이 '정상가격’인지 혹은 '공정가격’인지 논란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근거가 없는 틀린 개념들이다. 굳이 따진다면 시장에서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 시장가격은 모두 정상가격이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이윤, 정상이윤이라는 개념도 틀린 것이다.

치킨체인점협회가 원가를 공개하면서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은 기업활동을 정치 영역으로 옮긴 것으로 이는 매우 잘못된 행위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비록 판매가 며칠 만에 중단되었지만 많은 의문과 쟁점을 던진 사건이었다. 여기에서는 먼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가격의 의미에 대해서 분석하고 다음으로 관련 주체들의 행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상가격? 공정가격?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식용으로 가공한 치킨의 가격에 대한 논란이다. 기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튀기거나 구은 치킨의 가격이 얼마일 때가 정상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다수의 기자가 보도에서 치킨의 '정상가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은 어떤 재화의 정상가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비록 일부 기자는 암묵적으로 그렇게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어떤 재화의 정상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지하듯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고 그 때 정해지는 가격을 '시장가격’이라고 말한다. 상당히 비싸던 재화도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곧 하락하기 마련이고, 이 때 시장에서 결정되는 그 어떤 가격도 당연히 시장가격이다. 동일한 재화에 대한 높은 가격과 낮은 가격, 둘 중의 어느 쪽을 정상가격이라고 하겠는가? 굳이 따진다면 두 가격 모두 정상가격이다.

공급자 또는 생산자가 다른 경우에도 이 점은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가 제시한 5,000원도 정상가격이고 치킨체인점들의 12,000~17,000원(체인점마다 가격이 다름)도 정상가격인 것이다. 그러므로 마치 어떤 기준에 맞는 정상가격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전제하고 하는 어떤 논의나 분석도 틀린 것이다.

 

  이와 유사하면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공정가격’이라는 개념이 있다. 공정한 가격은 시장에서 생산자나 판매자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가격 정도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그것은 생산자의 입장에서 투입된 비용과 적정한 이윤을 포함한 가격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정상가격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부정확한 것이다. 만약 오늘 밤에 모든 흡연자가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담배를 끊기로 맹세하고 다음 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날 아무리 고급 담배라 하더라도 가격은 영(零)이 될 것이다. 투입된 비용이나 이윤과 상관없이 말이다. 즉 공정가격이라는 개념도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정상이윤이라는 개념도 그래서 틀린 것이다. 정상이윤은 정상가격이라는 잘못된 개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이윤 또는 정상적인 이윤을 전제하면 즉각적으로 이윤이 너무 많다 또는 적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통큰치킨 사건에서 소비자들이 치킨체인점 또는 체인점본부가 많은 이윤을 내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상가격과 정상이윤이라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기업활동을 정치영역으로 옮긴 것은 잘못

 

  이윤의 다과를 떠나서 체인점협회가 정치적 과정을 통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은 경쟁을 억제한 행위로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업이 해야 할 것은 시장에서의 경쟁(market competition)이고 기업 활동을 정치 영역으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 영역에서는 경쟁 촉진보다는 억제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가내역을 공개하면서까지 이윤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자유시장일 때 이윤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이고 이윤이 적은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큰 이윤은 기업가가 그 만큼 소비자들의 원하는 바를 잘 만족시킨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면 관계상 생략함).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 행위를 보호하는 것이 체인점사업자의 담합을 조사하는 것보다 가공된 치킨의 가격을 인하하는 데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에서 시장가격 이외에도 유용한 가격 개념으로는 정부가 통제하는 가격인 규제가격, 노동조합이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제한주의적 임금, 독점자가 설정하는 독점가격 등이 있고, 설명을 목적으로 현재에 팔고 있는 가격인 현재가격과 구분하기 위하여 미래에 생산될 재화의 가격을 미래가격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금융시장과 같은 일부 시장에서는 행사가격, 내가격, 외가격 등과 같은 가격 관련 특수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현실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격 개념과 가격이 존재하지만 정상가격과 공정가격이라는 개념은 명백히 틀린 것일 뿐 아니라 적절한 또는 적당한 이윤이라는 개념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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