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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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어떤 주례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 30. 17:17

 

어떤 주례사

 

 오늘날 우리 부모님은 자녀들을 모두 큰 사람으로 키우고자 하며. 딸을 가진 부모는 대부분 큰 사람을 사윗감으로 선호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큰 사람이 덕망이 있는 군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높은 지위에 오른 자이거나 그런 집안의 자식을 의미합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우리는 너도 나도 출세의 대로에 올라 다른 사람의 발에 딴죽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남을 추월하면서 앞서나가는 자만을 칭송하는 풍조 속에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한 발자국을 뗄 때 마다 앞뒤와 옆을 살피는 조심스러운 사람들을 촌스럽고 박력 없는 인간으로 낮춰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 앞에서 서 있는 두 분은 후자의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들, 즉 교사들 입니다.

 

 제 유학시절 세상살이에 능한 어떤 사람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생이란 자들은 하나같이 좀스럽고 째째한 자들"이라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 "선생들이 통이 작고 소갈머리가 좁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은 대부분 세상 사람들을 괴롭히는 큰 잘못을 저지르기를 두려워하며 정직하다"고 말한 고려말의 학자 이규보 선생의 말을 들려 주었더니 그 사람은 자신의 실언을 매우 부끄러워하였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산야에서 하늘을 찌를듯이 키가 크고 긴 가지들을 옆으로 뻗어 넓은 그늘을 만드는, 수 백년의 나이를 먹은 거목을 바라보며 경외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큰 나무는 홀로 넓은 공간을 독점하고 자기 그늘 밑에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사람들은 감히 이 나무를 목재로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늙어 죽으면 썩어서 토양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들은 하나의 거목과 같은 위인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성장하여 기둥. 서까래. 널판지로 쓰일 보통의 인간입니다. 신랑과 신부는 그러한 인재를 키우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분들입니다.

 

 

  * 최영준의 농사일기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150, 151쪽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