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벽 / 나호열
절벽을 뛰어내리는 일과
절벽을 기어오르는 일이
어느 것이 더 힘든 일인지 모르지만
눈 질끈 감고 뛰어내리면 삶은 순간에 끝나고
기를 쓰고 절벽을 기어오르는 삶은
오래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담쟁이나 나팔꽃 같은 넝쿨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들이 올라가야 할 벽을 의식하는 한
그들은 항상 하늘을 우러러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은 조용히 썩어가야 하는
밀알이 되어야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푸른 하늘을 경배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 (0) | 2010.12.22 |
---|---|
긴 편지 (0) | 2010.12.21 |
그 신호등은 나를 서게 한다 (0) | 2010.12.19 |
어떤 말씀 (0) | 2010.12.16 |
두 나무의 대화 (0) | 2010.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