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호등은 나를 서게 한다 / 나호열
산으로 들어서는 그 길목에 신호등이 생겼다.
파란 불이 들어와도 건너가는 이 없고
붉은 불이 들어와도 멈춰서는 이 없는
신호등은 저 혼자 붉어졌다, 노래졌다 파래진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파란 신호등이 들어와도 서고
붉은 신호등이 와도 멈추어 선다.
어느 날은 울컥 쏟아지는 눈물 같은
바람이 저 혼자 달려가고
요즈음은 산에서 날려보낸 낙엽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제풀에 주저앉기도 한다
내 앞을 지나가는 저 무상한 것들
손길 한 번 주지 않고 휘적거리는 저 것들
정작 내가 힘주어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멈추어 서야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돌아와
내 가슴에 호수로 고이는
그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