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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그 신호등은 나를 서게 한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12. 19. 13:53

그 신호등은 나를 서게 한다 / 나호열

 

 

 

산으로 들어서는 그 길목에 신호등이 생겼다.

파란 불이 들어와도 건너가는 이 없고

붉은 불이 들어와도 멈춰서는 이 없는

신호등은 저 혼자 붉어졌다, 노래졌다 파래진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파란 신호등이 들어와도 서고

붉은 신호등이 와도 멈추어 선다.

어느 날은 울컥 쏟아지는 눈물 같은

바람이 저 혼자 달려가고

요즈음은 산에서 날려보낸 낙엽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제풀에 주저앉기도 한다

내 앞을 지나가는 저 무상한 것들

손길 한 번 주지 않고 휘적거리는 저 것들

정작 내가 힘주어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멈추어 서야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돌아와

내 가슴에 호수로 고이는

그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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