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문화평론

문화 다양성을 위한 거버넌스의 역할과 과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12. 19. 13:19

문화 다양성을 위한 거버넌스의 역할과 과제

나호열(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님의 「문화다양성을 위한 거버넌스」는 '문화'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세심하게 탐색하고 설명하므로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더욱 문제답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즉, 21세기를 '문화의 세기 世紀'로 규정하는데는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막상 문화를 창조하는 주체의 문제, 향유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가질 수가 없으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은 더욱 강조되고 확대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문화다양성을 위한 거버넌스」의 요지는 시민 문화 활동의 활성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문화행정 모형으로서의 문화 거버넌스, 이 두 가지 방향에서 국내 차원에서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향한 문화정책의 방향을 모색하여 보고자 하면서 그 중심 과제로 문화 다양성 보호 및 증진과 관련 국내 문화정책에서는 문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책과 문화 거버넌스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시대적 변천과 사회 발전을 토대로 하여 '문화의 민주화' 과정과 뒤를 이어‘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의 필수적 도래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문화다양성을 위한 거버넌스」에서 발제자는 ‘문화의 민주화’는 ‘사회의 문화화’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서는 제한적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고 판단하고 ‘문화 민주주의’는 문화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문화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향후 수십 년간 문화정책이 지향해 나갈 방향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은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 민주주의’를 순차적 발전단계로 보는 것으로 문화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민주화'가 반드시 완결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와 이 두 개의 패러다임이 공존할 수는 없는가 하는 문제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겠다. 영역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는 이 두 개의 패러다임이 동시에 수행되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사회 일반의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이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인정할 때 파생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거버넌스'는 '통치'에서 '협치'의 의미로 사용되면서 공공 서비스의 전달 또는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라는 제도적 장치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정부-기업-시민사회 간에 상호 신뢰와 협력에 기초한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협력․제휴관계 속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행위 또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보면서 발제자는 2000년대 이후 거버넌스(협치), 파트너십, 네트워크라는 용어의 홍수를 보이고 있으나 실질적 거버넌스 실행 모형은 정착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어려운 상황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발제자는 문화예술정책의 입안에 있어서 예술인의 능동적이고 책임을 가진 참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상황에서 예술인들은 '문화 민주주의'에 입각한 시민들의 예술활동 참여와 향유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지 궁금해 하고 있다. 정책을 입안하는 단계부터 집행, 그리고 수행결과에 그 어느 곳에도 예술인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제도의 한계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시대의 발전 추이에 따라 문화예술정책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에 따라, 정권의 색깔에 따라 '문화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문화의 민주화'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 수가 있을 것이다. 진정한 문화 거버넌스는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정부는 네트워크 관리자 역할)으로 문화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일이라는 발제자의 주장은 예산집행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걸머지고 있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유연한 방식이 될 수 있을 지 이에 대한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술인들은 문화정책 수행 주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 집행에 참여하고, 정부에서는 문화정책 의제 설정 및 결정 단계에서 예술인 및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예술인들이 정부의 성향과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정책집행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과, 협치에 따르는 공정성과 정부 - 예술인(단체) - 시민사회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상호협력과 견제를 수행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