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오면
나호열
유월이 오면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난다
지천으로 덮혀오는 푸르름 속에
잊혀져서 이름을 잃어버린 꽃들이
산에도 들에도
강에도 하늘에도
하염없이 속절없이 피어난다
유월이 오면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별똥별처럼 아스라이 사라지는
꽃 속에 얼굴을 묻고
알을 낳고 향기를 뿜어올리는
눈 부시게 하늘 속으로 둥지를 들어올리는
작은 발자국을 가진 새들이
지저귄다
유월이 오면
꽃들은 피흘리고 비명을 지르고
유월이 오면 새들은
화약을 가득 담은 포탄이 되어
잊어버린 이름과
잃어버린 얼굴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다
우리의 유월은 끝나지 않고
아직 유월의 노래를 기억하는
산과 들이
출렁거리는 임진강을 더욱 깊게 어루만진다
유월이 오면
북녘을 향해가는 눈빛이
하얀 옥양목 빨래처럼
깃발처럼 나부낀다
자유처럼
평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