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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두더지의 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8. 12. 16:39

두더지의 눈

                           나호열

 

 

퇴로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

두더지의 작은 눈은 언젠가는 터져 버릴지 모른다

어둠 속에서 어둠을 더욱 어둠답게 보는 일처럼

가슴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

언젠가 언젠가 지상으로 돋아오를 때

아주 미세한 빛에도 눈은 스스로 문을 닫아

길섶에 무심히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볼 때 마다

어쩔 수 없이 땅 밑으로 숨어들어가 세상을 그리워 한

두더지를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고개 내민 두더지의 눈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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