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아침 여섯 시 선잠에서 깨어난 그는 악몽을 벗는다
가끔 자신이 매일 죽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어제의 허물을 벗지 못한 날은
지나가는 행인 1도 아니고
짚신 신고 화살 맞고 쓰러진 포졸도 아닌 채로
하염없이 정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가슴에 일련 번호를 단 버스들은 어디론가
시간이 그러하듯이 그를 부려놓겠지만
쉽사리 그는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가야 하는데, 무엇이 되어야 하는데
깨지 않는 악몽을 벗지 못한 날은
광화문 흥국 생명 앞에서 그는
어김없이 망치질 하는 사람이다
세게 내려칠수록 깨지지 않는 안개 혹은
허공을 향한 헛손질
그는 내일을 꿈꿔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