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배우기
세 살 배기 유빈이가 한창 말을 배운다
봄 나무에 잎 돋아나듯
허공을 휘어잡는 가지처럼
단어가 늘고 문장이 이어진다
아, 예뻐라
곰도 알고 여우도 알고 나무도 알아
한 팔로 번쩍 안아 밤하늘을 보여주니
달도 가르키고 별도 안다
조금 있으면 숲도 알고 하늘도 알고
말 속에 숨어있는 슬픔도 배우게 되겠구나
언제일까
이것과 저것을 가르고
좋고 나쁜 것을 가르쳐야 할텐데
일급 수 맑은 눈빛과 마주칠 때
세상을 너무 돌고 돌아
희미해지고 낡아버린 내 눈이 너무 어두워
말문을 닫아버린다
문장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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