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말 배우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2. 6. 01:20

 

말 배우기



세 살 배기 유빈이가 한창 말을 배운다

봄 나무에 잎 돋아나듯

허공을 휘어잡는 가지처럼

단어가 늘고 문장이 이어진다

아, 예뻐라

곰도 알고 여우도 알고 나무도 알아

한 팔로 번쩍 안아 밤하늘을 보여주니

달도 가르키고  별도 안다


조금 있으면 숲도 알고 하늘도 알고

말 속에 숨어있는 슬픔도 배우게 되겠구나


언제일까 

이것과 저것을 가르고

좋고 나쁜 것을 가르쳐야 할텐데

일급 수 맑은 눈빛과 마주칠 때

세상을 너무 돌고 돌아

희미해지고 낡아버린 내 눈이 너무 어두워

말문을 닫아버린다

문장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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