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강남 이 편한 세상에 그가 왔다
검은 제복 젊은 경비원이
수상한 출입자를 감시하는 정문을 지나
대리석 깔린 안마당에 좌정했다
몸이 반 쪽으로 쪼개져도
죽지 않고 용케
당진 어느 마을 송두리째 뭉글어져도 용케
살아 남았다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머리 쓰다듬어 주고
비바람 막아주며 죽은 듯
삼 백 년 살아 있더니
이 편한 세상에
한 그루 정원수로 마음이 아프다
푸른 철책에 둘러싸여
손길 닿지 않는 그 만큼의 거리
저 불편한 세상과
이 편한 세상 사이의 침묵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