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의 법칙
세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 있을까
안개 가득한 목욕탕에서
문득 다가서는 벽과 같은 등들
어린 아들에게 등을 내밀며
부끄러운 때를 벗겨내는 사내를 보며
바로 저것이
얼굴도 아니고
가슴이 아니고
저 밋밋하기 이를 데 없이
제 손이 닿을 수 없는 등짝이
수줍은 아름다움이라고
그리하여 나는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햇볕 좋은 날
복사꽃 피는 어느 봄날
느닷없이 늙은 아내에게 등을 긁어 달라고
등의 때를 밀어달라고
푸른 하늘 아래 거침없이
네 발로 덮칠 수 있기를
불끈 용을 쓰며 땀을 빼고 있지 않은가
<<스토리 문학>> 2011년 봄호 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