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의 다리
다리를 건널 때
강물에 깊이 발목을 묻은 다리의 다리를 바라보네
무릎 꿇고 팔 들고 벌서던 어느 날
허공조차 무거운 것임을 알았는데
하마 발목을 간질이며 흘러가는 강물도 그와 같지 않으랴
무던히 걸었던 나의 다리도 이제는 어디쯤 발목을 묻어
누구의 피안과 차안을 이어줄 것인가
눈을 감고 한 다리를 들면
캄캄하게 세상은 무너져 모로 기우뚱 쓰러지고 만다
눈을 감고 다른 다리를 들어보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몸은 평형을 잃는다
두 다리가 이어준 기우뚱거리는 세상과 직립의 내 몸
어디쯤에서 꺽꺽 울음이 돋는다
철새라고 핍박을 받으면서 쫓겨다니면서
스스로 유폐 당하며 멸종 되어가는 저어새
가늘고 긴 한 다리를 깃에 품고
한 다리로 세상을 딛고 설핏 잠에 든 모습이
오늘은 이 세상 어느 길고 높은 다리보다 장엄하구나
눈물겹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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