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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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저어새의 다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7. 8. 23. 01:06
 

저어새의 다리


다리를 건널 때

강물에 깊이 발목을 묻은 다리의 다리를 바라보네

무릎 꿇고 팔 들고 벌서던 어느 날

허공조차 무거운 것임을 알았는데

하마 발목을 간질이며 흘러가는 강물도 그와 같지 않으랴

무던히 걸었던 나의 다리도 이제는 어디쯤 발목을 묻어

누구의 피안과 차안을 이어줄 것인가

눈을 감고 한 다리를 들면

캄캄하게 세상은 무너져 모로 기우뚱 쓰러지고 만다

눈을 감고 다른 다리를 들어보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몸은 평형을 잃는다

두 다리가 이어준 기우뚱거리는 세상과 직립의 내 몸

어디쯤에서 꺽꺽 울음이 돋는다

철새라고 핍박을 받으면서 쫓겨다니면서

스스로 유폐 당하며 멸종 되어가는 저어새

가늘고 긴 한 다리를 깃에 품고

한 다리로 세상을 딛고 설핏 잠에 든 모습이

오늘은 이 세상 어느 길고 높은 다리보다 장엄하구나

눈물겹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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