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波紋
나를 보고 방긋거리는 어린 아기의 웃음이
가슴에 물컹 닿는다
말을 배우기 전에
말의 씨앗이 꽃이라는 것을
부드럽게 구름과 구름이 만나듯이
잔 물결이 일어난다
뿌리 채 고스란히 뽑혀 어디론가
높은 고개를 넘어가던
소나무의 정적이 저만큼 푸를까
이 세상의 모든 말들은
꽃에서 태어나서 가슴에서 죽는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가르치지만
그래서 침묵을 배우는 일은 더디고 힘든 일
호수에 내려앉은 산봉우리
구름 몇 점을 건지려 손 내밀 때
잔 물결들은 그 때마다
검은 음반의 여러 겹 패인 골을 이루며
거미줄처럼 은밀하게 몸 위로 내려앉는다
어린 아기의 첫 웃음이
주름살 덮혀가는 몸 속에서
침묵의 혀로 번역될 때 까지
아직 바람은 노래가 되지 못한다
길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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