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견디다
진부령 고개를 넘어오다가 짐칸에 소나무 한 그루 태운 트럭을 앞세웠습니다. 느릿느릿 구비를 돌 때마다 뿌리를 감싼 흙들이 먼지처럼 떨어져 내렸습니다. 마치 제 집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 발자국을 남기려는 것처럼, 눈물처럼 떨어져 내렸습니다. 늙으면 우리는 산으로 가는데 저 소나무 늙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마도 기화요초 가득한 정원에 우뚝 세워 푸른 기개와 적막을 배우려는 부잣집으로 팔려가는 것 일테지요. 그러나 그 주인은 알까요 깊은 산의 정적과 바람 속에서 시간을 견디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씨앗에서 비롯해서 한 뼘 한 뼘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 탑처럼 그 속에 깨달은 그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나는 시간이 없어 트럭을 앞질러 쏜살같이 내리막 길을 내달렸습니다. 거울 속에 트럭이 가물거리다가 이윽고 사라져버렸습니다 누가 주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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