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이 없이 그 집은 훌쩍 떠났다
미처 따라가지 못한 사연을 누가 알 것인가
화분 속 활엽수 한 그루
며칠 째 서성거리며 찬 바람을 맞고 있다
흘낏 흘낏 담배 피우며 말없이
그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본다
비좁은 화분 속에서 손은 새파랗게 얼었고
물관에는 온통 바람이 가득 찼다
한 때는 그윽하게 풍경을 이루며 서 있었으리라
푸른 잎새로 하늘의 숨소리를 들려주었으리라
나는 그 마음 속에 들어차 있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어제 밤에 내려주었던 별빛과 순백의 눈
그것들이 길을 내주고 있는 꿈을 읽는다
내일 아침 다시 그를 만나기 위하여
손을 흔들지 않는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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