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635] 유희임천 (惟喜任天)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1.08.12 03:00 새벽 산책 길에서 신석정 시인의 ‘대바람 소리’를 여러 날 외웠다. “대바람 소리 들리더니/ 소소(蕭蕭)한 대바람 소리/ 창을 흔들더니/ 소설(小雪) 지낸 하늘을/ 눈 머금은 구름이 가고 오는지/ 미닫이에 가끔/ 그늘이 진다/ 국화 향기 흔들리는/ 좁은 서실(書室)을 무료히 거닐다/ 앉았다/ 누웠다/ 잠들다 깨어보면/ 그저 그런 날을/ 눈에 들어오는/ 병풍(屛風)의 낙지론(樂志論)을 읽어도 보고…/ 그렇다!/ 아무리 쪼들리고/ 웅숭그릴지언정/ -〈어찌 제왕(帝王)의 문(門)에 듦을 부러워하랴〉/ 대바람 타고/ 들려오는/ 머언 거문고 소리….” 종일 무료하게 서실을 서성이다, 앉아 책보다 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