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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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진 마음으로 사진 읽기 63

[3] 아버지의 주름진 손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읽기] [3] 아버지의 주름진 손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입력 2021.11.26 03:00 구본창, 숨 05, gelatin silver print, 1995. 손은 얼굴만큼 많은 걸 보여준다. 손에는 성별이나 연령은 물론이고 직업이나 취향, 성격까지도 읽을 수 있는 단서가 있다. 물론 다 맞출 수 있는 건 아니니 짐작일 뿐이지만, 손에는 그 사람의 시간이 쌓인다. 그래서 어떤 손은 얼굴보다 더 깊은 표정을 드러낸다. 내 손은 아버지를 닮았다. 어릴 적 아버지는 자주 나와 손뼉 놀이를 하셨는데 그러다 한 번씩 얼마나 자랐나 보자 시며 손바닥을 나란히 대어보곤 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손끝에 힘을 줘서 조금이라도 더 커진 것처럼 보이고 싶어했고, 손마디와 손톱 모양이..

[2] 디지털로 이어붙인 풍경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읽기] [2] 디지털로 이어붙인 풍경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입력 2021.11.19 03:00 원성원, 일곱 살, 오줌싸개의 빨래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꾸는 꿈이 있었다. 길몽도 흉몽도 아니고 그저 끝나지 않는 비슷한 꿈을 한동안 자주 되풀이해서 꾸었다. 만약 꿈의 기능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심리적 과업에 대한 극복의 시도’라고 한다면, 그 꿈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끌어안고 지내온 시간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오래된 문제를 극복하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원성원 작가는 고행에 가까운 연단의 시간을 작품에 기울여 스스로를 끌어안는다. 사진 형태로 완성된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하자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그림이다. 사진 수천 장을 퍼즐 조각처럼 맞춰서 하나의 작품을 ..

[1] 69층 현장의 고달픔도 잊은 평화로운 휴식

[신수진의 사진 읽기] [1] 69층 현장의 고달픔도 잊은 평화로운 휴식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입력 2013.05.02 23:39 | 수정 2013.07.04 17:35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 건설 현장을 찍은 이 사진은 무려 80년 전 근로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공황 시기에 미국 내에서 실행된 유일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였던 이곳에서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얻었다. 놀라운 것은 69층 높이 공사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이 기이하리만치 자연스럽고 여유롭다는 점이다. 아찔한 마천루는 그들 삶의 터전이 되었다. 땅을 일구는 농부나 바다에 뛰어드는 해녀처럼 그들은 하늘을 올랐을 것이다. 사진에 담긴 그곳에서의 점심 식사는 일상적이고 평화롭다. 하지만 이러한 휴식은 잠시일 뿐이다. 이와 같은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