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읽기] [3] 아버지의 주름진 손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입력 2021.11.26 03:00 구본창, 숨 05, gelatin silver print, 1995. 손은 얼굴만큼 많은 걸 보여준다. 손에는 성별이나 연령은 물론이고 직업이나 취향, 성격까지도 읽을 수 있는 단서가 있다. 물론 다 맞출 수 있는 건 아니니 짐작일 뿐이지만, 손에는 그 사람의 시간이 쌓인다. 그래서 어떤 손은 얼굴보다 더 깊은 표정을 드러낸다. 내 손은 아버지를 닮았다. 어릴 적 아버지는 자주 나와 손뼉 놀이를 하셨는데 그러다 한 번씩 얼마나 자랐나 보자 시며 손바닥을 나란히 대어보곤 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손끝에 힘을 줘서 조금이라도 더 커진 것처럼 보이고 싶어했고, 손마디와 손톱 모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