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꽃 질문 2·3위는 큰금계국·산딸나무, 1위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227회>
올 한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이름을 알고 싶어 한 꽃은 무엇일까. 꽃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에 올 한해 꽃 이름 질문이 가장 많았던 순서를 문의했다. 이 순위를 보면 국민들의 꽃 이름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개망초가 압도적 1위, 이상기온 때문?
1위는 압도적으로 개망초였다. 2·3위 질문 건수가 2만건대 후반인데 개망초 질문 건수는 4만건대였다. 개망초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 해마다 꽃 질문 순위 5위 이내에 들었지만 1위에 오른 것은 처음 보았다. 모야모 관계자는 “올해 이상기온으로 개망초가 늦게까지 핀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망초는 잡초지만 꽃 모양을 제대로 갖춘, 그런대로 예쁜 꽃이다. 하얀 꽃 속에 은은한 향기도 신선하다. 흰 혀꽃에 가운데 대롱꽃 다발이 노란 것이 계란프라이 같아 아이들이 ‘계란꽃’ 또는 ‘계란프라이꽃’이라 부르는 꽃이다.
2위와 3위는 큰금계국과 산딸나무였다. 큰금계국은 6~8월 도심 화단은 물론 도로변, 산기슭에서 노란 물결을 만드는 꽃이다. 이제 큰금계국을 빼고 우리나라 여름 풍경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에 많아졌다.
3위 산딸나무는 최근 공원 등에 많이 심은데다 다른 나무와 달리 각각 꽃과 열매로 두 번 주목을 받는다. 5~6월 하얀 꽃잎(정확히는 포) 4장이 모여 피는 꽃이 인상적인데다 아름답고, 가을에 딸기를 닮은 붉은 열매도 신기하게 생겼다. 산딸나무라는 이름도 열매에서 나온 것이다. 원래 산속에서 자라는 나무였으나 꽃도 열매도 예뻐서 공원이나 화단에도 많이 심고 있다.
벚나무가 4위에 오른 것도 이상기온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올해 늦가을과 초겨울에 유난히 벚꽃이 많이 피었다. 원래 봄과 가을에 피는 춘추벚나무 말고도 일반 벚나무·왕벚나무들까지 가을에 피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무슨 꽃인지, 벚꽃이 맞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5위에 조팝나무, 6위에 병꽃나무가 오른 것은 이 나무들이 최근 공원과 도로변에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병꽃나무는 꾸준히 상위 순위에 있었지만 조팝나무는 그동안 상위권에 없었고 피는 시기도 길지 않은데 좀 의아하다. 병꽃나무는 4월쯤 꽃이 황록색에서 시작해 붉은색으로 변하며 피는 나무다. 꽃이 병 모양 같다고 붙은 이름이다. 최근 산울타리로 도로변 등에 많이 심어 놓았는데 사람들이 이름이 궁금했던 것 같다.
7위는 장미, 8위는 영산홍으로 둘 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예종 꽃이다. 9위 버들마편초는 남미 원산의 여러해살이풀로, 보라색으로 하늘거리는 모습이 예뻐서 근래 화단 등에 많이 심고 있다. 줄기는 2m에 이르며 꽃은 6~9월 붉은 보라색으로 핀다. 그냥 속명인 버베나(Verbena)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10위에 느티나무가 오른 것은 좀 놀랍다. 느티나무는 숲속에서도 자라지만 정자나무나 가로수로 더 친근한 나무다. 느티나무 가로수길은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주어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시내 가로수의 13%가 느티나무일 정도로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여름 풍경 바꾸는 큰금계국·샤스타데이지
11위 샤스타데이지도 근래 질문 순위 10위 전후에 단골로 오른 꽃이다. 6~9월 흰색의 꽃이 줄기 끝에 한 송이씩 피는 원예종으로, 가을에 피는 구절초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름구절초라고도 부른다. 미국 원산으로, ‘샤스타(Shasta)’는 미국 인디언 말로 흰색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큰금계국과 함께 꾸준히 늘어나 우리나라 여름 풍경을 바꾸고 있는 꽃이다.
12위는 배롱나무, 13위는 나리, 14위는 이팝나무, 15위는 산철쭉이 올랐다. 나리는 참나리 등 야생 나리의 총칭이기도 하지만, 색깔도 다양한 원예종 백합을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다. 산철쭉은 진달래·철쭉 비슷한 꽃인데, 철쭉보다 색깔이 ‘진한’ 분홍색이고, 잎은 진달래와 비슷한 긴 타원형이다. 산철쭉은 보통 계곡 등 물가에 많이 피어 ‘수달래’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16~20위는 목련, 작약, 산당화, 가막살나무, 라일락이 차지했다. 우리가 도시 공원이나 화단에서 흔히 보는 목련의 정식 이름은 백목련인데, 그냥 목련으로 이름을 달아준 것 같다. 백목련은 오래 전부터 이 땅에서 자라긴 했지만, 중국에서 들여와 관상용으로 가꾼 것이다. 이름이 ‘목련’인 진짜 목련은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우리 나무다. 목련은 백목련보다 일찍 피고, 꽃잎은 좀 더 가늘고 꽃 크기는 더 작다.
모란과 작약은 꽃이 비슷하게 생겨 꽃만 보고는 구분하기 어렵다. 차이점은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무 부분이 있으면 모란, 없으면 작약이다.
가막살나무는 요즘도 붉은 열매를 알고 있다. 가막살나무는 덜꿩나무와 비슷하다. 가막살나무 열매는 약간 길쭉하고 덜꿩나무 열매는 동글납작하다는데 열매만 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잎자루를 보면 차이가 나는데, 덜꿩나무는 잎자루가 없다시피 짧고(2~6㎜) 가막살나무는 잎자루가 6 ~ 20mm로 긴 편이다. 잎자루 아래쪽에 있는 작은 잎사귀인 턱잎 유무로도 구분할 수 있다. 이 턱잎이 덜꿩나무에는 있고 가막살나무에는 없다. 잎의 경우 가막살나무는 달걀 모양으로 둥근 편인데 덜꿩나무는 다소 길쭉하고 끝이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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