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 수피가 지저분한 나무 워스트5
[김민철의 꽃이야기]
<230회>
나무에 잎이 없는 겨울이면 수피(나무껍질)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성이 있다고 해야할까, 지저분하다고 해야할까. 수피가 독특하게 벗겨지는데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은 나무들이 있다. 오늘은 수피가 너덜너덜 지저분한 나무들 이야기다.
◇물박달나무 수피, 포스트잇 붙여놓은듯
그중에서도 물박달나무는 단연 수피가 개성 있는 나무다. 회색 또는 회갈색 수피는 말 그대로 너덜너덜하다. 제법 큰 조각이 겹겹이 붙어 있다. 그래서 ‘할 일이 많아 포스트잇을 겹겹이 붙여 놓은 것 같다’는 표현도 보았다.
물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큰키나무다. 크게 자라면 20m까지 자라는 나무인데, 물박달나무를 알아보기위해 굳이 잎 등 다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없다. 여러 나무가 섞여 자라는 숲속에서도 수피만으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도 한번 보면 다음에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뚜렷하다.
물박달나무는 박달나무, 자작나무 등과 함께 자작나무속(Betula)이다. 이중 박달나무는 수피가 진한 암회색인데다 수령이 오래돼야 두껍고 작은 조각으로 떨어진다. 박달나무를 제외한 다른 자작나무속 나무들은 공통적으로 껍질이 가로로 쉽게 벗겨지는데 자작나무, 사스래나무, 거제수나무가 크고 길게 벗겨지는 것과 달리 물박달나무는 조각조각 벗겨지는 것이 다르다.
수피가 지저분한 나무를 논할 때 산수유를 빠뜨릴 수 없다. 초봄에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비슷한 노란색 꽃이 피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산에 있으면 생강나무, 도심에서 보면 산수유일 가능성이 높은데, 꽃이 피는 형태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생강나무는 짧은 꽃들이 줄기에 딱 붙어 뭉쳐 피지만, 산수유는 긴 꽃자루 끝에 노란 꽃이 하나씩 핀 것이 모여있는 형태다.
하지만 가장 구분하기 쉬운 방법은 수피를 보는 것이다. 생강나무는 줄기가 비교적 매끈하지만 산수유 줄기는 껍질이 벗겨져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색깔도 산수유가 샛노란 색인 반면 생강나무는 연두색이 약간 들어간 노란색으로 좀 다르다.
◇복자기·중국단풍·다릅나무 수피도 지저분
신경숙 작가가 2020년 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엔 복자기 단풍의 아름다움에 대해 쓴 대목이 있다. ‘단풍 들 때는 참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붉은빛이 새 새끼 눈처럼 반짝반짝’, ‘먼 디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야발지다고들 하지’ 같은 다양한 표현으로 복자기 단풍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복자기 단풍이 곱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수피는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수피가 벗겨져서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하다. 그래서 잎 모양 등이 비슷하게 생긴 복장나무와 구분할 때 구분 포인트 중 하나다. 수피가 매끈하면 복장나무, 지저분하면 복자기다.
중국단풍도 수피가 벗겨지면서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단풍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중국에서 들여온 단풍나무 종류다. 가로수로 심기도 하고 공원 등에 몇 그루씩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중국단풍은 잎이 오리발처럼 세 갈래로 얇게 갈라져 있는 것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자생 나무인 신나무도 잎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지만 수피가 지저분하다는 말은 듣지 않는다.
다릅나무 수피는 얇게 벗겨지면서 도르르 말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습 때문에 수피가 때가 밀린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다릅나무는 이런 모양 때문에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나무를 베면 목질부가 아름답다. 목질부 겉과 속의 색깔이 선명하게 다른데 이 모양 때문에 다릅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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